온통 순금으로 치장한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화장실'을 만들어 기네스북에 올린 뒤'홍콩 황금왕'으로 통하던 50대 갑부가 자택에서 돌연사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지존'(金至尊)이라는 귀금속업체를 창업, 재벌급 규모로 키운 린스룽(林世榮.53) 회장은 지난달 26일 홍콩의 자택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견돼 구급대가 출동했으나 이미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린 회장은 2001년 초 380kg의 황금 및 6,200개의 보석과 진주로 꾸민 '황금 화장실'을 금지존 전시관에 세워 화제를 일으켰다.
화장실 바닥에는 지하에 1억5,000년 동안 매장됐던 목화석을 깔았고 부조벽화는 금과 보석으로 치장했으며 내부의 수도꼭지와 세면대, 조명, 경대, 배관 파이프도 모두 금과 보석을 사용해 제작했다.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24K 황금으로 만들었다. 총공사비는 3,800만 홍콩달러(약 59억원).
황금 화장실은 하루 평균 5,000~6,000명이 방문하고 많을 때는 2만명까지 찾기도 해 현재 홍콩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린 회장은 2000년 초 사업이 본궤도로 진입한 이후 세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황금으로 된 화장실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세워 반대하는 이사회를 3개월동안 설득해 관철시켰다. 린 회장은 설계도 자신이 직접 했다. 그는 또 2004년에는 4억 위안(710억원)을 들여 '스위스 황금왕궁'을 건설한 뒤 금으로 도배한 객실에서 하룻밤에 20만 위안을 받기도 했다.
문회보(文匯報) 온라인판이 30일 전한 바에 따르면 경찰 조사 결과 린 회장은 생전에 심장병을 앓아 왔으며 집에서 발작을 일으켰으나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타살 의문점은 없다는 것. 사고 당일 금지존의 우치메이(伍媚) 사장과 만날 약속이 있었는데 린 회장은 기다리다 못한 우 사장의 연락을 받은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에 의해 침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중국 광둥성 동부 차오저우(潮州) 출신인 린스룽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지난 1977년 홍콩에 건너와 금세공을 배운 그는 2년뒤 당시 돈으로 300위안(약 5만3,000원)의 적은 자본으로 소규모 금방을 열었다. 이후 린스룽은 중국의 개혁개방 도입과 제1차 걸프전 발발 등으로 금값이 폭등하는 기회를 맞아 사업을 번창시켰다. 90년대 들어 새로운 스타일의 보석예물로 인기를 끌었고 유명인의 황금상을 만들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9년에 창업한 헝펑금업(恒豊金業)이 홍콩 증시에 상장되면서 린 회장은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으며 2004년에는 경제에 미친 공로로 둥젠화(董建華) 행정장관에게서 명예훈장을 받았다. 헝펑금업의 시가총액은 현재 15억5,100만 홍콩달러(2,430억원)에 이른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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