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역 주변. 경찰의 성매매업소 집중 단속으로 불야성을 이루던 10여개의 안마시술소 대부분은 불이 꺼져 있었다. 하지만 바로 길 건너 대, 여섯개 고급 룸살롱은 네온사인을 반짝이며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한 업소 상무는 "단속 뜨면 연락이 오기 때문에 '2차' 나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강남에서 장사하려면 그 정도 정보력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성전(性戰)'이 고급 룸살롱과 요정 등 강남의 호화판 성매매업소는 슬쩍 비켜가고 있다. 강남의 고급 룸살롱들은 성매매를 뜻하는 속칭 '2차'가 활발히 이뤄져 성매매의 주범이지만, 단속에 아랑곳없이 성업 중이다.
휴게텔과 안마시술소 등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여서 '성매매 업소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 호화 성매매업소는 단속 무풍지대
휴게텔, 안마시술소, 룸살롱 등이 뒤섞인 서울 강남의 역삼역, 선릉역 주변은 최근 업소간 희비가 선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휴게텔 등은 연일 계속되는 단속에 아예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손님 발길도 뚝 끊긴 반면, 고급 업소는 오히려 매상이 늘었다.
선릉역 주변 한 룸살롱의 박모 상무는 "단속이후 손님이 10% 정도 줄었지만, 손님들이 신분노출을 우려해 카드 대신 현금을 쓰면서 수익은 오히려 늘었다"고 자랑했다.
최근 강남에 다시 등장하고 있는 고급 요정도 단속의 무풍지대다. 가야금 연주를 들으며 술을 마시고 한복을 입은 접대부와 2차를 나갈 경우 한 사람 당 100만원이 넘게 들지만, 금ㆍ토요일은 예약 없이 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한 요정 사장은 "둘이 좋아서 나갔다고 할 수 있게 다 만들어 주는데 단속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강남의 또 다른 요정 사장도 "강남 요정은 장안동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2차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실제 경찰의 단속실적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전국 성매매업소 단속에 적발된 업소 1만2,077곳 중 마사지ㆍ휴게텔(5,392곳) 안마ㆍ이발업소(1,624개)가 58%를 차지했고, 유흥단란주점은 427곳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도 지난달 19일부터 성매매 특별단속반까지 꾸려 집중단속에 나섰지만, 10일 동안 적발된 7곳 중 고급 룸싸롱은 한 곳도 없었다. 휴게텔이 4곳, 안마시술소, 유흥주점, 이용원이 각 1곳이었다.
■ 줄줄 새는 단속정보
경찰이 고급 룸살롱에는 단속 정보를 미리 흘려주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선릉역 주변 룸살롱의 김모(45) 상무는 "단속 나오는 날은 미리 연락이 온다"며 "그런 날은 손님들에게 오늘은 (2차가) 안 된다고 귀뜸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단속정보가 오는 곳은 어디냐는 물음에는 "말할 수 없다"며 웃기만 했다.
고급 룸살롱의 경우 인근 모텔 등으로 이동해 성매매가 이뤄져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경찰의 단속 의지 자체도 약하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룸살롱 단속시 성매매 현장을 잡기 위해선 잠복근무를 해야 하는데 23명의 단속반 인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매매 단속에 기대가 컸던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오모(38)씨는 "아이 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왔는데,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뻔한 장면들이 계속 목격된다"며 "단속을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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