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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제금융안 부결/ 정유·항공사 고환율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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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제금융안 부결/ 정유·항공사 고환율 직격탄

입력
2008.10.0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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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환율 폭등이 다시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환율 폭등으로 원유와 항공유를 수입해야 하는 정유 및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서너달 사이에 평가손이 20% 이상 급증했다.

통상적으로 환율상승으로 덕을 보는 수출기업들도 이번 환율급등엔 눈쌀을 찌푸리고 있다. 환율폭등이 미국 경제침체와 동반한 것이라 장기적으로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 수출기업들은 오히려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폭등에 장사 없다

항공업계는 얼마 전까지 유가 폭등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1달러 오를 때 연 31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유가가 전체 비용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유가등락에 '울고 웃는' 상황이 지속된 것이다.

이제는 환율에 목숨을 매달게 됐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5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경기침체로 여행객이 줄고 있는 가운데 환율이 하루에만 20~30원 가량 널뛰고 있는 요즘, 항공업계의 마음은 타들어갈 수 밖에 없다. 환율은 작년말보다 이미 30% 가까이 급등했다.

정유업계도 상황도 비숫하다. 원유를 100% 수입해야 하는 탓에 환율상승이 고스란히 비용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환 헤지를 하지 않은 수입결제대금과 외화부채를 감안하면, 통상 환율이 10원 오를 때 SK에너지는 310억원, GS칼텍스는 200억원,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각각 150억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정유사 모두 올 3분기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도 형편이 나을 리 없다. 주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2~3년새 두 배 가량 오른 데다 환율 폭등까지 겹치면서 원가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

수출이 주력인 자동차업종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지만, 환율 상승 덕을 예전처럼 보긴 어려운 편이다. 현대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 1,2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다. 실제로는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줄고 있는 데다 수입 원자재값도 환율상승만큼 오르기 때문에 이익이 크게 늘기 어렵다.

이 밖에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타이어 식품 철강 등 대부분 업종에서도 환율상승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다. 키코에 가입한 중소 수출업체들은 환율이 약정 수준 이상으로 폭등하고 있어 은행에 갚아야 할 빚만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기업 체감경기는 사실상 '외환위기 수준'

이 같은 어려움은 기업들의 체감경기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154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발표한 '9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3으로 전월(75)보다 2포인트 떨어져, 2006년 9월(72) 이후 가장 낮았다.

업황 BSI가 100을 웃돌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나빠질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보다 많음을,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뜻한다.

특히, 대기업 BSI는 전월(85)보다 10포인트나 떨어진 75를 기록, 2003년 8월 이후 5년만에 최악이다. 중소기업 BSI(71)도 전월(70)과 비숫하지만, 나쁘긴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장영재 경제통계국 과장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기와 수출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기업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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