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신용경색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실물경제도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8월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경기 지표는 급속 후퇴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앞으로 경상수지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선진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접어 든 상태에서 수출이 악화할 수도 있어 마음을 놓기 어려운 상태다.
우선 대외 경제 활동의 성적표이자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가 8월 47억1,000만달러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제유가 하락과 도입 단가 인하 사이의 시차, 지난달 선박 수출액의 상당수가 소유권 이전 문제로 9월로 넘어간 점, 자동차 파업에 따른 수출 지연 등 일시적 요인을 강조했다. 따라서 9월에는 적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10월부터는 오히려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여건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하면서 소비를 줄인 영향으로 8월 수출증가세는 전달 33%에서 16%로 크게 둔화됐다. 반면 수입 증가 폭은 46%에서 38%로 그리 줄어들지 않았다.
환율 상승이 수출 진작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국으로 부상한 중동 러시아 남미 등 자원부국으로의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발 금융쇼크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앞으로 2, 3년간 전 세계를 저성장 국면으로 밀어넣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은 만큼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이르다.
실제로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가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전년동월비 7개월째 동반 하락했다. 주로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 등의 생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경기가 안 좋을 때 소비자들이 주로 값비싼 내구재나 사치품, 전자제품부터 소비를 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산 증가율은 지난 1~4월에 10%를 웃돌았지만 5월(8.6%)부터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데 이어 6월(6.6%) 바닥을 찍고 7월(8.6%)에 잠시 호전되는 듯 했지만 8월에 겨우 1.9% 증가하는 데 그쳐 11개월 만에 최저 증가율을 보였다. 출하는 작년 8월에 비해 2.0% 증가에 머물렀지만 재고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거시경제실장은 "유가 하락으로 경상수지는 개선되겠지만 그렇다고 수출이 잘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 증가율은 크게 둔화될 것"이라면서 실물경제 악화를 예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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