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하원의원 재직 중 나는 16명의 보좌관을 두었다. 어떤 의원은 20명, 또 어떤 의원은 14명 등으로 보좌관 수는 주어진 예산 안에서 의원 개개인이 재량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의원 한 명에게 배당되는 연간 예산은 인건비 100만 달러와 여행비용 등을 합해 총 130만 달러에서 150만 달러 정도다. 이 한도 내에서 어떤 의원은 보좌관 수를 줄이고 대신 봉급을 많이 주기도 하고, 어떤 의원은 대학을 갓 나온 보좌관을 많이 두면서 봉급을 적게 준다.
비서실장은 대체로 경험이 많고 의회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를 선택하는데, 좋은 비서실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비서실장은 봉급도 꽤 많아서 10여년 전에도 이미 연봉 10만 달러를 훨씬 넘었다. 내 비서실장을 하던 이는 내가 의원직을 그만 둔 뒤 국무부로 자리를 옮겨 최근 차관보로 승진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보다 한 계급 높은 직급이다.
나의 보좌관 16명 중 8명은 워싱턴 사무실에서 나를 돕고, 다른 8명은 지역구를 관리했다. 워싱턴의 의원 사무실에는 주로 각 분야 별로 전문지식을 가진 보좌관들이 포진해 법안이 상정되거나 쟁점이 생겼을 때마다 연구하고 내게 조언하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농업 관련 법안이 나오면 내가 농업에는 문외한인지라 이 방면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보좌관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내 지역구민들의 이해에 부합할지 연구하고 보고해주는 일을 담당했다. 나는 건설교통위원회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위원회가 열리면 항상 관련 분야 담당 보좌관들이 나와 함께 위원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내 뒤에 앉아,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정보를 넘겨주거나 귓속말로 설명을 해준다. 내가 건교위 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회의를 운영할 때는 오른쪽 옆에 건교위 수석변호사가 앉고, 왼쪽에는 반대 당인 민주당 측 간사(Ranking member) 가 앉았다. 그의 왼편에는 민주당을 대표하는 수석변호사가 나란히 한 줄로 관중석을 향해 앉고, 내 보좌관은 방청석 맨 앞에 앉곤 했다.
지역구에 나가 있는 보좌관들은 대개 지역구민들의 문제에 매달리거나, 여러 단체들과 내가 만나는 일정을 짜기에 바쁘다. 이들은 내가 지역구에 없는 동안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나를 대신해 발표도 한다. 한 의원이 약 60만명(한국의 3배)의 인구를 대표한다. 내 지역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25마일 떨어진 시외인데, 서울이나 뉴욕 같이 고층아파트가 총총한 대도시와는 달리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대신 면적은 넓어 지역구 사무실을 두 곳에나 설치했다. 내 경우 두 개의 사무실을 왕래하는 데 1시간 45분이 걸렸는데, 이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텍사스주처럼 인구가 띄엄띄엄 있는 경우, 하도 지역구가 넓어서 의원들이 지역 사무실 방문 등의 목적으로 아예 경비행기를 전세 내는 경우가 많다.
지역구에서는 의회 예산으로 자동차 한 대를 지원 받는다. 외제는 안되기 때문에 미제 포드 자동차를 몰고 다녔다. 워싱턴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통근했다. 밤 12시를 넘은 늦은 시간까지 회의가 계속돼 지하철이 끊기면 경찰이 집까지 태워주었다.
주말에는 주로 지역구에서 열리는 주민들 모임에 참석한다. 모임이 끝나면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밤 11시30분에 떠나 그 이튿날 오전 7시에 도착하는 새벽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오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런데도 그 때는 그다지 피곤한지 몰랐다.
나의 보좌관은 앞서 말한 대로 모두 16명이었지만 분과위 위원장이 됐을 때는 수석변호사 한명과 보좌관 한명, 비서관 한명 등 3명이 더 추가됐다. 규모가 큰 상임위원회 위원장쯤 되면 위원회에 소속된 직원들만도 10명이 넘기 때문에 모두 합하면 굉장한 수가 된다. 하여간 의사당 안에는 변호사가 와글와글하다. 의원3명중 거의 2명이 변호사이고 보좌관도 보통 한 명쯤은 변호사다. 각 위원회마다 5명 이상이 변호사니 변호사 수를 모두 헤아려보면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심지어 윤리위원회에도 소속 변호사가 서너 명 된다.
의원들은 보좌관 외에도 사무실에 한 명 정도의 인턴을 두고 트레이닝을 시킨다. 그러니 전체 하원의원 435명에 인턴들, 그리고 20명 남짓한 보좌관까지 합치면 대략 8,700명이 의사당 안에서 일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전세계 각국에서 모여드는 관광객까지 합치면 수만 명이 의사당 안팎 지하실까지 꽉 들어차게 되는데 바쁠 때는 더러 짜증이 나기도 한다. 지하실이 서로 연결돼 있지만 1868년에 지은 오래된 빌딩이라 그 구조가 복잡해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미 의회 의사당 건물은 정말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자랑할 만한 유산이다. 밖에서 정면을 바라봤을 때 왼쪽에는 하원 의사당, 오른쪽에는 상원 의사당이 있고 그 중앙에 돔이 우뚝 서 있는데 그 웅장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이 어마어마한 건물은 1793년에 착공했으나 공사가 거의 끝날 무렵인 1814년 영국군과의 전쟁 와중에 몽땅 불에 탔다. 그 후 50년 뒤 당시 불도저 같은 장비도 없는 상태에서 말과 밧줄만을 이용해 재건축했다. 컴퓨터도 없던 시대에 어찌 저 토록 웅장하게 지을 수 있었는지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대한민국 국회 의사당에도 둥근 돔이 있지만 그 안에 역사를 웅변해주는 조각이 있다면 더 나을 것이다. 겉은 멋있는데 내부가 다소 어둡고 초라해 보인다.
한국의 경우, 국회의원 한명에 4,5명 정도의 보좌관밖에 지원되지 않는다는데 의원들이 운전기사까지 꼭 두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미국 의원들처럼 금배지를 달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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