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의 저주일까. 이미 몰락한 월가는 지금 깊은 후회의 늪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 (WSJ)는 29일 "베어스턴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적극적 개입조치로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를 이어오던 (미국) 정부가 유독 158년 역사의 리먼브러더스만 방치한 게 전세계 신용시장을 더욱 악화시킨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리먼 붕괴 후 2주간 벌어진 일련의 사태가 이를 입증한다는 게 WSJ의 논리다. 우선 리먼이 파산보호(정확히는 회사정리절차) 신청을 낸 뒤 직격탄을 맞은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는 주가 폭락에 이어 급기야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1, 2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주가도 급락했고, 결국 지주회사 체제를 택했다.
모두가 피해를 입었고 M&A된 곳도 있지만, 파산보호를 신청한 대형금융사는 결과적으로 리먼 뿐이다.
아울러 리먼의 주식과 채권에 무려 8억달러를 투자했던 노르웨이 정부의 연기금도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WSJ는 "주식은 몰라도 채권은 안전하다는 믿음을 깨뜨려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평했다.
이밖에 미국인에게 국채 예금에 이어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됐던 머니마켓펀드(MMF)인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가 리먼에 투자했다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나, 미국 국채의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가입하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ㆍ신용위험 회피용 손실보상 계약)의 프리미엄이 급등하면서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리먼 파산은 당초 상상한 것 이상으로 신용 시장에 연쇄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정부가 개입해 파산은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많다"고 지적했다. "리먼을 망하게 하면 시장이 완전히 겁에 질릴 것을 그들(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왜 몰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리처드 포티스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말도 인용했다.
다만 WSJ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 때문에 리먼에 대한 구제조치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부연 설명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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