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구속한 검사 출신 정치인에 대해 '악플'을 단 혐의로 입건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49)씨가 또다시 법정에 서는 일만은 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공상훈)는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이훈규(55) 전 인천지검장을 비난하는 허위 댓글을 올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는 김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죄가 있다고 보이지만 검사가 범행 동기 및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상황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이 전 검사장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3월 한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 전 검사장에 대한 기사에 "김현철입니다"로 시작하는 20~30줄 분량의 긴 댓글을 달아 그를 비난한 혐의를 받아 왔다. 김씨는 이 글에서 이 전 검사장에 대해 "고가의 카펫을 선물로 받은 인물"이라며 "한나라당은 어떻게 이런 사람을 공천할 수 있냐"고 비난했다.
김씨는 자신의 부인 아이디를 이용, 이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250조 2항은 낙선을 목적으로 후보자(예비후보자 포함)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전 검사장은 1997년 대검 중수 3과장 시절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던 김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이 전 검사장 관련 기사에 자신을 구속한 것이 그의 주요 업적으로 소개된 것에 격분, 댓글을 달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총선 당시 온라인 상의 비난ㆍ비방글을 감시하고 있던 경찰은 댓글 IP를 추적한 결과 올린 곳이 서울 종로구 구기동 김씨 자택임을 확인,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총선이 끝난 후인 5월 초 김씨를 소환 조사했다. 김씨는 수사과정에서 "이 전 검사장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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