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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2집 앨범으로 돌아온 나무자전거 "자유롭게… 포크의 틀 좀 벗어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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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2집 앨범으로 돌아온 나무자전거 "자유롭게… 포크의 틀 좀 벗어났죠"

입력
2008.09.3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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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최근 2집 앨범을 낸 2인 밴드 '나무자전거'는 그 계통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어진 국내 포크그룹의 명맥을 잇고 있는 몇 안 되는 뮤지션 중 하나다. '작은별 가족'으로 음악 생활을 시작해 '세발 자전거''자전거 탄 풍경(자탄풍)'에 이어 나무자전거를 이끌고 있는 강인봉과 '여행스케치'로 이름을 알린 김형섭으로 꾸려진 너무나 자연 친화적인 밴드다.

자탄풍 시절 영화 '클래식' OST에 담긴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란 곡으로 21세기에도 통기타 음악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던 이들이 나무자전거의 이름으로 낸 오랜만의 앨범은 의외로 스스로를 통기타 포크의 테두리에 묶어두지 않았다. '통기타=포크' 라는 20세기적 원칙에 도전한다는 그들의 음악은 조금은 생소하지만 풍부한 시도로 꾸며져 있다.

"자유롭게 만들었어요. 이게 2집인데 1집 같다고나 할까요. 둘이서 팀을 한 지 4년째가 되니, 이제야 색깔이 나왔어요. 그런 면에서 흡족하죠. 포크의 틀에서도 좀 벗어나려고 시도했고요. 우리가 고집 부렸던 어쿠스틱에서 탈피한 '내가 사랑해'(서영은 피처링)가 타이틀곡이 됐을 정도죠."(강인봉)

이들은 외연을 넓혔다고 말한다. 강원 동해시의 한 폐교에서 열린음악회를 추억하며 만든 연주곡 '비천분교'는 자박자박 가을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는듯 서정적이지만 '내가 사랑해'부터 일렉 기타음이 진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세번째 트랙 '매직 선샤인'과 다음 곡 '사랑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붙들고 있던 포크와 통기타의 감성으로 가득하다. 자탄풍에서 익숙했던 두 멤버의 잘 골라진 화음 또한 그대로다.

"우리 밴드 이름이 계속 자전거 시리즈로 만들어졌던 건, 음 뭐랄까, 어린 아이들의 이미지를 담고 싶어서죠. 그래서 세발 자전거로 시작했고. 사실 우리가 무슨 자전거 마니아도 아닌데…. 세상에 찌든 음악이 아니라 맑고 편안한 음악을 하자는 것이고. 이게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음악이에요."(김형섭)

이번 앨범엔 고 천상병 시인의 작품에 강인봉이 곡을 붙인 '나의 가난은'이 담겼다. '오늘 아침은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잔 커피와…'로 시작하는 이 노래엔 전형적인 포크의 모습이 투영됐다. "천상병 시인 추모음악회에 참여했다가 고인의 시에 곡을 붙여보라는 제의를 받았죠.

시집 여러 권을 붙들고 찾아낸 시예요. 그나마 쉬운 시를 골랐는데, 정말 곡을 만들기는 어려웠어요. 그 자체로도 완벽한 예술품인 고인의 시에 노래를 얹으려니, 진땀 났어요."(강)

이미 세상을 떠난 천 시인 뿐 아니라 살아 있는 두 선배로부터 받은 음악들도 앨범에 실렸다. '시인과 촌장'의 멤버 하덕규의 노래인 '사랑일기' 리메이크와, 김창완의 곡 '내가 갖고 싶은 건'과 '결혼하자'이다. "저희가 하덕규씨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일종의 헌정처럼 지난 앨범의 '비둘기에게'부터 한 곡씩을 리메이크하고 있어요.

이번엔 '사랑일기'인데 이 곡이 정말 전형적인 포크 발라드잖아요. 그런데 이 곡을 완전히 바꿨어요. 전혀 포크적이지 않게요. 사실 '시인과 촌장'의 음악은 포크이기보다 프로그레시브 록에 가까웠기에 하덕규씨도 이번 리메이크를 맘에 들어하실 것 같아요."(김)

"김창완 형님이 라디오 방송 끝나고 스튜디오에서 '야, 기타 줘 봐' 그러시더라고요. 그때 불러주신 곡들이에요. 나중에 형이 집에서 20여 곡을 들려주시면서 맘대로 골라 가져라 해서 심사숙고 끝에 고른 곡들이죠.

아 그런데 이 노래들이 '나 창완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김창완의 냄새가 가득 담긴 곡들이라 편곡을 공들여 했어요. 저희가 보답으로 드리려고 창완 형한테 잘 어울리는 기타를 낙원상가에서 점 찍어 뒀어요. 하하."(강)

수많은 앨범이 타이틀곡, 잘 나가야 후속곡을 알린 후 한두 달 만에 폐기처분되고 있는 요즘. 15곡이 꽉 들어찬 나무자전거의 앨범은 그래서 음악이 천대받는 세상을 향한 웅변처럼 들린다. "음악은 추억과 결합되어 영원히 보관될 때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 음악이 그러길 바라죠."(나무자전거)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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