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생소했던 '연습생'이라는 말이 90년대를 풍미했던 홈런왕 출신의 장종훈(한화 코치)을 거치면서 낯익은 단어가 됐지만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연습생=스타 등용문'으로 생각할 정도로 이미지가 껑충 뛰었다.
특히 올해는 프로 3년생 외야수 김현수(20ㆍ두산)이 장종훈의 전성기에 버금가는 불방망이를 휘두르자 8개 구단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식으로 그 동안 눈밖에 있었던 소속팀 연습생을 되돌아 보고 있다.
김현수는 타격왕(0.359)은 물론 최다안타(164개), 출루율(0.455) 1위가 확실시 되면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이 때문에 과거 '연습생'이라는 이름으로 통했던 신고선수가 '괴물' 김현수의 출현을 계기로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 보험용 선수
프로구단으로부터 정식 지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쓸 만한' 자원이라 평가 받은 선수들이 테스트를 거쳐 신고선수 자격으로 프로에 입문한다.
김현수도 미지명 설움을 안고 신고선수부터 시작했다. 신일고 시절이던 2005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대표이자 이영민 타격상(전국대회 최고 타율 선수에게 시상)까지 받았던 김현수지만 8개 구단은 하나같이 그를 외면했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당시 김현수에 대한 평가는 '발이 느리다', '수비가 불안하다', '그 정도 타격 실력을 갖춘 1루수(고교 때까지 김현수의 주포지션)는 2군에도 많다' 등이었다"면서 "게다가 신일고 출신은 두산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도 있어 고민이 되긴 했지만, 타격 자질을 믿고 데려왔다"고 말했다.
■ 좁은 문이지만 희망은 있다
각 구단은 선수를 63명까지 등록할 수 있는데, 신고선수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등록 외 선수'로서 계약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연봉은 1군 최저연봉(2,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1,700만~1,800만원 선이다.
설움이 많은 신분이지만 희망도 있다. 2군에서 실력을 인정 받으면 계약 이듬해 6월1일부터 1군 등록이 가능하다. 물론 신뢰를 받지 못하면 미련 없이 짐을 싸야 한다. 혹시 운이 좋으면 '눈물 젖은 빵'을 다시 씹으며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매년 1군 승격의 '행운'을 누리는 신고선수는 전체의 10% 정도다.
김현수는 10%에 속했다. 입단 첫 해인 2006년 2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내공을 쌓은 김현수는 그해 7월 정식선수로 '승격'된 뒤 1군 경기에 한 차례 나섰다. 김현수의 당시 2군 성적은 타율 2할9푼1리 6홈런 51타점.
이후 일본 미야자키의 피닉스 교육리그에서 김경문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김현수는 지난해 홈 개막전 3번 타자로 '깜짝' 기용됐다. 김현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2할7푼3리 5홈런 32타점으로 시즌을 마치며 신인왕 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다. 작은 '반란'이었다.
■ 신고선수(연습생) 성공사례
김현수 이전은 장종훈이 대표적이었다. 장종훈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가 바로 '연습생 신화'다. 86년 빙그레(한화 전신)가 뽑은 신인 6명에 포함되지 못한 장종훈은 연습생으로 입단, 데뷔 첫 해인 87년 타율 2할7푼 8홈런 34타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이후 장종훈은 2005년 은퇴하기까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두 차례나 오르며 통산 최다홈런(340홈런), 1,145타점(역대 2위) 등 대기록을 남겼다. 한화 한용덕(43) 코치와 SK 김상진(38) 코치도 연습생으로 시작해 한 시대를 풍미했다.
현역 중에는 조웅천(37) 박경완(36) 조동화(27ㆍ이상 SK) 손시헌(28ㆍ상무) 이대수(27ㆍ두산) 정보명(28ㆍ롯데) 등이 신고선수 성공사례로 꼽힌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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