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 프로그램은 가히 '유재석 천하'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MBC '무한도전'과 KBS '해피 투게더', 그리고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 코너는 모두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5위안에 들고 있는 그의 '빅3' 프로그램이다.
탤런트 김원희와 함께 진행하는 MBC '놀러와'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 '놀러와'의 최근 시청률은 같은 시간대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유재석에 맞설 만한 MC는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 코너와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코너를 이끌고 있는 강호동 정도에 불과하다. 유재석은 단지 말만 잘하는 진행자가 아니다. 방송계 안팎에선 예능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내고, 출연진까지 섭외하는 그의 리더십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
■ 플레잉코치 같은 M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유재석에 대해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코치 역할도 하는 플레잉 코치 같다. 프로그램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스태프와 출연자들의 소통을 조율하는데도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단순 진행에 머무르지 않고, 프로그램의 밑그림을 그릴 줄 안다는 것이다.
유재석은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제작비가 모자라면 내가 대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열의를 표한다. 유재석이 이런 열의를 보이는 것은 그가 맡은 프로그램의 성격이 판이하기 때문. '무한도전'은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살린 리얼 버라이어티 쇼인 반면 '해피투게더'는 중장년층 출연자 중심의 토크쇼이다.
'놀러와'는 보다 젊은층을 겨냥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들과 결을 달리한다. '패밀리가 떴다'는 젊은 스타들이 출연, 상황 설정에 따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쇼다. 유재석은 제작진과 함께 각각의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방향을 설정해 다양한 시청자층을 공략하는 것이다.
■ 모두가 '유 라인'
한때 방송가에는 '유라인'과 '강라인'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유재석과 강호동, 두 사람 주변의 인맥을 빗댄 말이다. 하지만 최근 유재석에게는 '유라인'이라는 말보다 '유풀(pool)'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저마다 다른 출연자들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해피 투게더'에는 개그우먼 박미선과 신봉선 등 KBS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이, '놀러와'에는 힙합 뮤지션 은지원과 이하늘 등이, '패밀리가 떴다'에는 박예진과 이천희 등 젊은 배우와 가수들이 각각 출연한다. 유재석이 다채로운 '인력 풀'을 통해 프로그램의 성격에 알맞은 출연자들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고 있는 것.
이런 유재석의 리더십은 다수의 출연자들을 규합해야 하는 최근 버라이어티 쇼에서 더욱 빛난다. 오랜 방송활동 기간 특유의 친화력으로 맺어진 유재석의 인맥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박명수는 유재석과 형 동생 하는 사이이고, 박미선과 신봉선 등은 개그를 통해 맺어진 선후배 사이다. 박미선은 유재석의 친화력에 대해 "자기가 웃길 거 다 웃기면서도 모든 게스트에게 질문을 고루 나눌 만큼 출연자들을 챙긴다"고 말했다.
■ 밑바닥부터 시작한 MC수업
유재석의 또 다른 장점은 프로그램 전체 진행능력은 물론, 입담과 슬랩스틱 코미디 등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다. '해피 투게더'와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상황극을 펼치며 슬랩스틱 코미디를 능숙하게 하면서도 '놀러와'에서는 만만치 않은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무한도전'에선 다른 출연자들의 천방지축 행동을 적절히 통제하는 진행능력은 물론 자신이 적절히 망가지며 웃음을 선사하는 유머 감각을 함께 보여준다.
이는 그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이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KBS 개그맨과 보조 MC, 공동 MC, 메인 MC 등 단계를 거치며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다져졌다는 게 방송계의 일반적인 평이다.
박상혁 SBS 예능PD는 "유재석은 전혀 약속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심형래와 완벽하게 궁합을 맞출 수 있을 만큼 순발력이 뛰어난 연예인"이라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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