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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커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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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커지는 고민

입력
2008.09.3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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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나 진행요원들이 경기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았다."

지난달 25일 열린 2008 대구국제육상대회에서 남자 110m 허들 우승자인 라이언 윌슨(미국)이 미숙한 대회 운영에 대해 내뱉은 쓴소리다.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 보유자인 '미녀새' 이신바예바(러시아)도 "심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불평했다.

대부분 동원된 학생들로 채워진 관중석 분위기도 문제였다. 종이비행기를 트랙으로 날리는가 하면, 경기 도중 무더기로 자리를 뜨는 등 경기 흐름에 방해가 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전초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2008 대구국제육상대회가 경기 운영과 관중 동원 등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낸 채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3년 앞으로 다가온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의 근심도 깊어졌다.

지난해 3월 케냐 몸바사에서 대구가 모스크바, 브리즈번 등 경쟁도시를 제치고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자, 대구는 물론 전국이 들떴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추산한 경제적 파급효과만도 생산유발 5조5,000억원, 고용유발 6조2,000억원, 부가가치창출 2조 3,000억원. 그러나 '몸바사의 쾌거'를 현실로 이어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 기대난망인 육상 붐

대구가 '몸바사의 쾌거'를 일궈낸 데는 '역발상의 마케팅'이 주효했다. 육상의 불모지인 아시아, 그것도 마라톤을 빼면 세계 육상계의 최변방인 한국에서 '육상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육상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주장이 먹혀든 것이다.

그러나 육상 붐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라톤을 제외하면 그 흔한 동호회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각급 학교의 육상팀도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시민들의 반응도 썰렁하기만 하다. 김현균(44ㆍ사업)씨는 "체력장에서 100m 달리기조차 사라지고 있는 나라에서 무슨 세계적 육상대회냐"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 관중 동원 어찌하오리까

조직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입장권 판매. 6만5,857석에 달하는 대구스타디움의 관중석을 얼마나 많은 유료 관중들로 채우느냐에 대회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25일 대회의 경우 각급 학교 등에 무려 30만장의 무료입장권을 뿌렸지만,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4만5,000여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이승기 등 인기가수 공연에 승용차 경품을 내걸어 끌어모은 학생들.

경기장에서 만난 김유진(15ㆍS여중2)양은 "2학년 전체가 단체관람 왔다"면서 "인기가수 공연이 없었다면 학생들도 거의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내년 8월 베를린 대회 직후 입장권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통상 대회 1년 6개월 전인 예매 개시를 2년 전으로 당겨 판매율을 높이겠다는 것. 그러나 지난해 오사카 대회도 객석점유율이 40%대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흥행 성공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 스타선수 양성도 난제

3년 뒤 대회에서 메달권 가능 선수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오죽하면 김범일 대구시장이 25일 대회 당시 자메이카 육상연맹회장인 네빌 맥쿡 국제육상연맹(IAAF) 집행이사에게 "볼트 같은 선수가 남아돌면 우리 좀 빌려주소"라는 농담을 건넸을까 싶다.

실제 이번 대회의 성적을 보면 110m허들의 이정준과 여자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 선수가 한국신기록을 수립했지만, 세계의 벽은 높디 높았다.

박원준(29ㆍ회사원)씨는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 같은 선수 하나만 있어도 육상계가 확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와 대한육상경기연맹이 뒤늦게 '육상 아카데미' 개설, 실내 육상경기장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3년 안에 결실을 기대할 수는 없다.

문동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2011년에는 한국 선수가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할 수 있지만 어렵게 유치한 대회가 육상 강국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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