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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檢 원칙보다 수사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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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檢 원칙보다 수사편의?

입력
2008.09.3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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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단계에서는 피해업체의 실명을 밝히기 어렵습니다.”

2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524호.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에 대한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들에 대한 본격 재판에 앞서 진행된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 간의 두 번째 공판준비모임에서 검찰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17일 첫 모임에서 ‘피해자 특정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지적에 “다음 기일까지 명단을 밝히겠다”고 한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의 입장 변화는 피해 광고주들이 명단을 공개할 경우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 검찰은 명단 공개 대신 “사업자등록번호를 공개하면 안 되겠느냐”며 궁색한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을 검토해도 피해자를 계속 비밀에 부칠 수 있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다음 기일까지 피해업체를 특정해 오라”고 최후통첩을 건넸다.

이 사건에서 해당 기업들의 2차 피해 가능성은 처음부터 논란이 됐다. 네티즌들에게 호되게 당한 광고주들은 기왕의 피해보다 자신들의 명단이 공개될 경우 예상되는 추가 피해가 더 큰 걱정이었다. 검찰이 피해자의 익명보장을 약속하고 공소장에도 피해업체를 ‘OO산업’으로만 처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사건에서 과연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따질 수 있는가”라는 상식적 질문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한 변호인은 피해자를 증인으로 요청할 수도 없어 재판절차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 검찰의 말 바꾸기도 문제지만, 애당초 피해자 진술을 얻어내려고 편의적으로 익명보장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자업자득이라 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어떤 묘수로 곤경을 빠져 나갈지 궁금하다.

김정우 사회부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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