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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고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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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고래의 꿈

입력
2008.09.3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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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있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먹이를 ?을 때 노래하는

길고 아름다운 허밍에 귀 기울이곤 한다

맑은 날이면 아득히 망원경 코끝까지 걸어가

수평선 너머 고래의 항로를 지켜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고래는 사라져버렸어

그런 커다란 꿈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바다의 목로에 앉아 여전히 고래의 이야기를 한다

해마들이 진주의 계곡을 발견했대

농게 가족이 새 펄집으로 이사를 한다더군

봐, 화분에 분수가 벌써 이만큼 자랐는걸…

이 방송국에서는 고래가 노래를 부르고, 농게 가족의 이사가 주요 뉴스로 보도된다. 누가 취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주파수를 맞추고 있으면 해마가 발견한 진주 계곡처럼 가슴이 확 트이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 끝도 없이 흘러나온다.

고래방송국.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 독특한 방송국의 전파를 수신하기 위해선 각별한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 뜻밖에 그 안테나는 위성수신기처럼 고가도 아니고, 대단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고래가 물을 뿜듯 이파리들을 피워 올리는 작은 화분 하나면 되는 것이다.

화분에 마음을 주자 수심을 알 길 없는 심해가 지상으로 옮겨온다. 시인은 다시, 꿈을 꾼다. '하얗게 물을 뿜어올리는 화분 하나 등에 얹고/ 어린 고래로 돌아오는 꿈'을. 고래방송국의 비밀이 등에 화분을 얹고 고래 흉내를 내는 유년의 유희정신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놀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꿈이 아닐까?

손택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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