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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야구 이야기] '가을잔치' 초대받지 못한 자의 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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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야구 이야기] '가을잔치' 초대받지 못한 자의 할일

입력
2008.09.3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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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는데 벌써 가을의 한복판이다.

프로야구도 이번 주면 6개월간의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하고 포스트시즌에 들어간다. "야구는 덕아웃에 난로 켜고 시작해서 난로 켜고 끝낸다"는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다.

프로야구는 세월을 먹는 기계인 것 같다. 시즌 후 가을캠프를 갔다오면 연말 각종 시상식, 며칠 쉬었다가 연초에 스프링캠프 떠나면 곧바로 시범경기, 정신 없이 전쟁 치르고 나면 다시 가을이다.

필자는 올해 현장을 떠나 방송 마이크를 잡았지만 세월은 여전히 '쏜살'과도 같다. 처음 양복 입고 넥타이를 매려니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벌써 반년이 넘었다. 이제는 양복도 제법 어울리고 구두 신는 것도 편하게 느껴진다.

현장이 아닌 훈수꾼의 위치에서 야구를 보면서 그 동안 몰랐던 것을 많이 배웠다. 사람은 이래서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현장에 있을 때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 했지만, 숲에서 벗어나니 나무도 숲도 함께 볼 수 있게 됐다.

가을잔치에 나가지 않는 팀들은 이번 주를 끝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시즌이 끝나고 나면 각 팀은 얼마간 휴식을 한 뒤 마무리 훈련에 들어간다.

휴식은 말 그대로 쉬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냥 놀기만 한다면 너무 무의미하다. 쉬는 기간 자신과 팀을 돌아봤으면 한다. 특히 성적이 부진했던 선수들은 왜 그랬는지, 부상이 잦았던 선수들은 이유가 뭔지,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시즌 중에는 정신이 없다 보니 나를 돌아볼 기회를 갖기 어렵다.

숲 속에 있을 때는 숲을 볼 수가 없다. 주위는 온통 나무뿐이다. 숲에서 나와야만 비로소 숲이 보인다. 가을이 깊어 간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내가 살고 있는 숲을 곰곰이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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