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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시장 패닉/ 개장과 동시 "달러 사자"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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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시장 패닉/ 개장과 동시 "달러 사자" 아우성…

입력
2008.09.3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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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시중은행 외환 딜링룸의 긴박감은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를 방불케 했다. 미국의 구제금융안 합의라는 호재에도 불구, 개장과 동시에 사방에서 날아드는 달러 주문에 딜러들은 영문도 모른 채, '사자'를 외치기에 바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3달 가까이 계속되는 초긴장 상태에 지칠대로 지쳤지만, 더 큰 불안은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 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왜 급등했나

이날 원ㆍ달러환율 급등은 심리적인 영향이 컸다. 월말과 분기말을 맞아 기업들의 달러 결제 수요가 집중된 것이 금융시장에 널리 퍼져있는 불안심리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 "수급 상황, 대내외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오늘 상승폭은 너무 과도하고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잠복된 환율 상승요소는 수두룩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달러 공급에 비해 수요가 압도적이라는 얘기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세가 지속 중인데다 이달 무역수지 역시 적자가 예상되면서 자본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달러가 줄어드는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신용경색 현상으로 국내 은행들의 달러조달이 여전히 어렵고, 한줄기 빛으로 여겼던 미국의 구제금융안도 앞으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지 불안한 상태다. 당국의 환율개입도 외환보유액 감소우려로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결국 어느 한 곳에서 방아쇠만 당기면 언제든 일제히 상승으로 쏠릴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얼마 전 9월위기설은 외국인들의 채권회수 우려 때문이었지만 요즘은 불안요인이 금융과 실물분야를 합친 우리 경제 전반(펀더멘털)에 대한 걱정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라고 전하고 있다.

이번에도 한국만 더 올라

이달 14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하며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원화 가치는 다른나라 통화에 비해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2~26일 사이, 흔히 원화와 비교되는 통화 중 호주와 싱가포르 달러는 오히려 절상됐지만 원화 절하율(-4.4%)는 함께 가치가 떨어진 인도 루피화(-1.7%)와 브라질 헤알화(-3.7%)보다 훨씬 컸다.

남들보다 큰 수출의존도와 외국인 투자비중 등이 호황기에는 원화가치 급등을 돕지만,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나홀로 더 약세'를 부추기는 악재로 돌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300원 간다?

장중 한때나마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선이 뚫린 만큼 앞으로 당분간은 1,200원선을 넘나드는데 별다른 방어벽이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1,300원까지 갈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 추세가 얼마나 이어지느냐. 근본적인 배경을 따지면,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기업은행 김성순 차장은 "원ㆍ달러환율이 안정되려면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누적과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 기본 악재가 가라앉아야 한다"며 "최근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까지 번지는 금융위기 양상이나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분위기로 볼 때, 올 해 안에 환율이 안정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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