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종합부동산세 대상가구를 대폭 축소하고 세율도 크게 낮춘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을 당정안으로 수용하되 국회 입법과정에서 당내 이견을 반영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이 '거당적으로' 이 안을 쟁점화하겠다고 벼르는 데다 계층적 지역적 갈등을 우려한 당내의 반대론도 여전해 국회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특히 종부세 문제를 부적절한 시점에 서투르게 제기한 여권의 국정관리능력 부실과 리더십 한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심히 걱정된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전한 조윤선 대변인의 말은 간단하다. "정부안을 수정하지 않되 정부의 입법예고안을 개별 의원들의 개정안과 함께 심사하는 입법과정에서 보완하도록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안을 수용하는 것이 정부안을 당론으로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등의 구차한 설명이 붙었다. "어떤 경우에도 부동산과 관련한 서민들의 세부담이 늘지 않도록 하겠으며 지방재정이 줄지 않도록 재정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 같은 결론은 결론도 아니다. 6억원에서 9억원으로 과세기준 완화, 종부세율 절반으로 인하, 저소득 고령자 배려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안의 어느 부분이 잘못됐고 어떤 대목이 지나치니 어떻게 손질해야 한다는 방향이 전혀 없다. 민감한 문제로 당정 간 논란과 갈등을 빚으면 이슈만 키우고 내부 분열상만 노출되니 그냥 덮는 게 상책이라는 근시안적 정치공학만 부각될 뿐이다. 야당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당정이 소모적 모습을 연출했다면 언급할 가치도 없다.
당정 간 종부세 논란의 전후와 교훈을 잘 따져봐야 하는 보다 큰 이유는 갈수록 혼란스럽고 어려워지는 국내외 경제환경을 이겨내려면 정치리더십이 신뢰의 반석 위에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인내와 고통 분담도 요구할 수 있다. 신뢰와 상식이 결여되면 개선해야 할 정책도 거센 저항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개혁 성향의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런 흐름을 눈치챘으나 청와대만 쳐다본 지도부는 책임을 피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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