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격과 눈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1960년 4.19 교원노조 이후 38년만에, 89년 노조가 결성된 지 10년만에 교원의 자주적 단결을 법으로 보장받게 된 것입니다."
비제도권에 있던 전교조를 합법화 하는 내용이 골자인 교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99년 1월7일, 당시 김귀식 전교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목소리도 약간 떨렸다. 합법화를 이뤄냈다는 데대한 감정이 북받치는 듯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그가 내놓은 A4 용지 3쪽 분량의 장문의 기자회견문에 일단 눈길이 갔다. 김 위원장은 전교조 합법화를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던 국민들과, 교사들을 향해 7가지를 약속했다.
몇가지만 열거해보자. ▦참교육의 주체세력으로 교육개혁에 앞장 서겠다 ▦비합법시대의 어려웠던 조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표출되었던 상대적 과격성, 급진성 등을 말끔하게 걷어내고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유연하게 학생들과 동료들을 대하며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살며 또 가르칠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교육정책 수립이나 집행에 적극 참여하겠다 ▦다른 교사단체와는 선의의 경쟁관계속에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교원단체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겠다 등이 주요 내용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일부 보수언론을 제외하곤 대다수 언론과 교육계는 '새로운 출발'의 전교조를 축하했다. 참교육을 향한 10년 가까운 노력과 희생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됐고, 전교조는 충분히 그런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당시 친분이 있었던 한 교육계 인사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예감이 썩 좋지는 않아요. (전교조가)교권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회 현안에 관심 정도는 괜찮지만, 도를 넘어설려는 분위기도 감지됩디다."
햇수로 합법화 10년이 되는 올해 들어 전교조는 이 인사의 예견처럼 '비극'을 맞고 있다. 요즘 전교조는 말 그대로 동네북 신세다. 참여정부때부터 전교조를 아예 "없어져야 할 집단"이라고 몰아붙였던 보수 단체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진보 진영에서 조차 "이대론 안된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때 10만명에 달했던 조합원수는 7만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은 전교조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새 정부가 교육정책의 기조로 내건 '자율'과 '경쟁'은 전교조가 보기엔 '독'이나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 2곳의 국제중 신설과 2010년부터 시행될 고교선택권제, 교원단체 가입 교사수 공개 등의 조치는 전교조의 혼을 빼놓고 있다. 서울시는 전교조 서울지부가 사용하는 사직동 어린이 도서관 내 사무실을 비우라고 통보했고,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해지 방침을 밝힌 상태다.
여론은 더욱 싸늘하다. 그렇다면 전교조의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출범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학교 현장의 부조리를 외부에 알리고, 촌지거부 운동 등 반부패 교육과 참교육 운동을 시작했던 순수함을 되찾으면 된다. 학부모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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