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합창단, 이름 그대로 불만거리를 노래하는 합창단이다. 도시마다 돌아다니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불만 워크샵을 조직하고, 각종 불만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도시 이곳저곳에서 합창한다. 창시자는 핀란드 헬싱키에 살며 공동 창작을 일삼는 텔레르보 칼라이넨(33)과 올리버 코차-칼라이넨(37) 부부다.
불만합창단의 조직법은 이렇다 1. 불만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라. 2. 적절한 음악가를 찾을 것. 3. 불만을 분류하고 조직한다. 4. 합창단원을 모아 가사를 만들 것. 5. 노래를 완성한다. 6. 연습 또 연습. 7. 적절한 장소를 정해 데뷔 공연을 기획할 것. 8. 밖으로 나가 불만을 노래하라. 9. 공연을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유포한다.
2005년 영국 버밍엄에서 첫 불만합창단이 실현됐는데, '내 돈 돌려줘!'라는 후렴구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헬싱키, 함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프로젝트가 성사됐고, 세계 각 도시에서 불만합창단을 조직하고 싶다는 요청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에 작가들은 아예 프로젝트를 누구나 진행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고, 세계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불만합창단이 조직됐다.
미국 시카고와 싱가포르에서는 직접 작가들이 지역의 조직과 함께 불만합창단을 이끌었다. 시카고의 불만합창단은 미주의 주요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이후 국제적인 뉴스거리로 떠올랐다. 시카고 불만합창곡의 도입부 가사는 자조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시카고랜드, 시카고랜드 이름이 꼭 놀이공원 같아 / 늘 감시를 받고 있지만 / 내 머릿속은 온통 섹스 생각뿐 / 모든 건 가까이 다가서면 그 빛을 잃기 마련 … 왜 제정신인 독신남은 없지? / 전 남편이 아직도 시카고에 살아 / 욕실 창문엔 창문닦이가 출몰해 / 사람들은 유명인을 안다고 허풍을 떨고 / 내 머릿속은 온통 섹스 생각뿐'
칼라이넨 부부가 세계 각 도시의 불만합창단의 노래 장면을 담은 영상 작품은 올해 부산 비엔날레에 전시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도 드디어 불만합창단이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희망제작소가 '사회창안주간'을 맞아 대대적인 불만합창단 조직에 나선 것.
10월 10일 오후 4시 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사회창안 국제회의에서 올리버-코차 칼라이넨이 불만합창단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11일 오후 6시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만합창페스티벌이 개막한다. 장애여성단체, 주민생활지원협의회, 대학교 동아리 등 9개팀이 참가한다.
가사 초안을 살펴 보니 역시 우리 한국인의 불만은 뜨끈뜨끈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불, 행복지수는 최하라네 / 왜 아무도 행복하다는 말을 못해 … 자살률은 어느새 OECD 1등, 1등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서 그런 거야 … 다들 청와대만 입주하면 이상해져! / 대통령도 리콜이 되나요? / 새 정부는 만날 오해래' 자, 당신의 불만은 무엇인가?
미술ㆍ디자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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