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굴지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간판을 내리거나 외부 수혈로 연명하는 소용돌이속에서도 JP모건은 오히려 건재함을 과시하며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나아가 벼랑 끝에 몰린 월스트리트의 '구세주'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25일(현지시간) JP모건이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인 워싱턴뮤추얼(이하 와무)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19억 달러(2조2,000억원). JP모건은 와무의 예금과 자산, 영업 책임 일부를 떠맡는다.
와무는 그 동안 '제2의 리먼브러더스'로 불리며 미국 금융권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던 시한 폭탄이었다. 119년 역사에 2,300개 지점과 1,820억 달러의 수신을 보유한 미국 최대의 서민금융기관이었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누적되면서 파산위기에 몰렸고, 와무의 처리향방은 리먼-메릴린치-AIG 사태이후 월스트리트의 최대 관심사였다.
와무 문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세계 금융계의 관심은 오히려 JP모건쪽에 쏠리고 있다. 위기 때마다 월스트리트의 '특급구원투수'로 맹활약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지난 3월 미국 5위의 투자은행(IB)인 베어스턴스를 전격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가 모종의 중재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세계 최대보험사인 AIG가 휘청거릴 때에도 미 정부는 JP모건에게 인수를 부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JP모건은 "인수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며 거절했지만, 대신 "즉시 국영화 해야 한다"는 제의는 결국 미 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리먼 사태이후 시장붕괴가 올지 모르는 일촉즉발 상황에서 뉴욕연준이 SOS를 요청을 하자 JP모건은 15,16일 이틀 동안 1,380억달러를 시장에 지원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에선 현재 "당국 보다도 JP모건의 힘이 더 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 미국 금융사에서 JP모건의 역할은 독보적이었다. 19세기 설립된 JP모건은 미국내 FRB시스템이 갖춰진 1913년까지 사실상 중앙은행 노릇을 해왔다. 20세기 초 주가 폭락과 함께 은행과 투자신탁회사들이 줄줄이 도산 위기에 빠지자 JP모건은 해당 금융기관은 물론 증권거래소와 뉴욕시에까지 자금을 지원, 체제붕괴를 막기도 했다.
물론 금산분리를 엄격히 한 1935년 '글래스-스티걸법'에 따라 상업은행부문(JP모건)과 투자은행부문(모건스탠리)으로 강제분할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후 체이스맨해턴 인수 등을 통해 흔들림없는 위상을 다져왔다.
작년 말 현재 JP모건의 기본자본은 887억 달러. 미국내 상업은행 서열에서 씨티에 이어 2위다. 그러나 JP모건은 위기를 통해 몸집을 계속 불리고 있는 반면, 씨티가 서브프라임모기지 후유증을 겪고 있어 지금 추세라면 순위역전도 예상되고 있다.
JP모건은 정부나 대기업, 대형금융기관 등 '도매금융'에 주력했으며, 소비자금융 역시 백인부유층을 위주로 한 '귀족주의'영업스타일을 갖고 있다. 그러나 베어스턴스 인수를 통해 IB부문을 강화하게 됐고, 서민금융기관인 와무까지 흡수함으로써 IB, 기업금융, PB(프라이빗뱅킹), 일반소매금융을 망라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기반을 다지게 됐다. 실제로 JP모건은 이번 와무 인수를 통해 영업망 5,400개, 예금 잔액 9,000억달러의 미국 최대 예금기관으로 거듭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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