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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니사' 아프리카 '!쿵'族 여인들이 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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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니사' 아프리카 '!쿵'族 여인들이 사는법

입력
2008.09.29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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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리 쇼스탁 지음ㆍ유나영 옮김/삼인 발행ㆍ555쪽ㆍ2만4,000원

"대개 일생 동안 두 번 이상 결혼하며, 적어도 한 번은 장기간의 결혼을 경험한다. 이혼으로 결혼이 깨지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이혼은 보통 결혼 첫 몇년 사이 아이가 생기기 이전에 여성 쪽 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187쪽)

이혼과 동거가 다반사처럼 돼가는 이곳 이야기가 아니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도 오지인 칼리하리 사막 북부의 흑인 부족 '!쿵' 족의 생활을 손금 보듯 기록한 인류학의 고전 <니사> 중 한 구절이다. '!쿵'이란 "쯧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를 나타내는 음성기호(!)를 사용해 표현한 아프리카의 독특한 발성법이다.

이 책은 '서구 문명'이라는 형식은 세계의 극히 작은 일부라는 사실을 웅변하는 인류학적 연구의 보고다. 서구 문명과 전혀 다른 세계를, 현지인들의 시각으로 올곧게 재현한다는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에게도 문화의 형식이 있고, 사랑이 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있다. 책은 구미 사회의 대격동기였던 1969년부터 1980년까지 전문가들이 펼친 인터뷰와 현지조사를 토대로 1981년 출간됐다.

저자는 여성주의의 시각을 감추지 않는다. "사랑, 결혼, 섹슈얼리티, 일, 정체성 등 여성성의 문제에 씨름하는 젊은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는 "그들과 나눈 수백여건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의 감정은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서두에서 밝힌다. '니사'는 그 중 특히 입심 좋은 여인의 이름이다.

이 책은 인류학 민족지의 모범을 구현한 고전으로 대접받고 있다. 오랫동안 무시돼온 토착민ㆍ문맹자ㆍ여성의 입장에 충실, 세계를 보는 전혀 다른 시각을 제공했다. 저자가 현지인들의 바람대로 담배를 줄 것인지, 인터뷰에 응한 대가로 돈을 줘야 하는지, 고유 문화를 보존한다면서 알게 모르게 오염시키는 것은 아닌지 등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 등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보편성은 특수성과 어떻게 결합하는가? 예를 들어 섹스 문제를 보자. "!쿵 사람들은 사람이 섹스에 굶주려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365쪽) 거기 대한 책의 풀이는 이러하다. "식량 자원을 예측하기 힘들고 식량이 끊임없는 관심사인 사람들" 특유의 세계관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의료인류학자인 남편의 현지조사를 따라 현장에 갔다가 원주민들의 삶에 매료돼 이 책을 썼다. 1990년 다시 니사를 만나러 현지에 갔던 저자는 장시간의 인터뷰를 남겼다. 그러나 1996년 세상을 뜨는 바람에 그 기록은 2000년에야 <니사에게 다시 가 보니> 라는 유작으로 빛을 보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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