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은 거만할 정도로 고압적이었고, 한사람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존 매케인과 버락 오바바, 공화ㆍ민주 대선 후보의 첫 TV 토론을 본 워싱턴포스트의 평가이다.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 후보를 대학 초년생 취급하듯 “오바마 후보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을 수차례 언급했다.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공박하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깔아뭉개는 인상을 주는 발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가족 내 긴장관계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고 비유했다.
매케인 후보가 오바마 후보를 ‘준비되지 못한 대통령’으로 몰고 가기 위한 전략적인 언어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상대방에게는 무례하게 비칠 수 있는 태도라는 게 미 언론들의 평가이다.
뉴욕타임스는 “매케인이 오바마가 발언할 때 초조해하고 생경하게 이를 드러내며 웃는가 하면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불안해 했다”며 오바마가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는 “경험은 분명히 이점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매케인 후보가 뜨겁고 도발적인 언사와 태도를 보인 것과 반대로 오바마 후보는 지나치게 열정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 게 미숙한 점으로 지적됐다. 오바마 후보는 의회의 선심성 예산배분 문제나 무분별한 소비행태, 이라크 전쟁 등을 언급하면서 “매케인 후보의 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전제한 뒤 의견을 개진하는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이미지를 염두에 뒀을 수 있으나, 워싱턴포스트는 “매케인 후보를 따르는 듯한 오바마를 보고 그의 지지자들은 불쾌했을 것”이라며 “오바마는 이기기를 원하는가”라며 그의 화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라크 전쟁을 논박하는 과정에서 매케인 후보에게 연이어 3차례 “당신은 틀렸다”고 몰아붙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론과 언론의 평가는 어느 한쪽의 확고한 우세는 없었지만 오바마 후보가 다소 앞섰다는 게 대체적이다. CNN이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1%는 오바마, 38%는 매케인의 우세로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문 조사에서도 ‘1차 토론의 승리자’로 59.8%가 오바마를 선택했고, 매케인이 이겼다고 한 응답자는 33.1%였다.
양 후보는 토론에서 적잖은 과제를 드러냈다. 키와 나이, 피부색 등에서는 선명한 대비를 이뤘지만, 토론의 구체성과 공격성에서는 누구도 만족할만한 점수를 얻지 못했다. 사상 최초로 도입된 ‘맞짱토론’이 사실상 불발된 것은 후보들의 준비부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AP 통신은 꼬집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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