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제주 해역에서 불법 조업중이던 중국 어선을 검문하다 쇠꼬챙이로 가슴을 찔렸어요. 구명조끼가 찢겨져 나간 뒤 검색 때마다 두려움을 느낍니다."(A해양경찰서 경감),
"지난해 소흑산도 해역에서 막대 끝에 칼을 달아 해경을 향해 휘두르면서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을 보고 겁이 덜컥 납디다."(B해양경찰서 경장)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 중국 어선들의 한국 공권력 무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당한 법 집행에 나선 해경을 향해 각목이나 쇠파이프, 체인을 휘두르는 것은 기본이고 쇠망치, 칼 등 둔기나 흉기까지 서슴없이 등장시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경은 외교 마찰이나 사고를 우려해 가스총이나 전기충격기 정도만 휴대한 채 검문검색에 나서 '공권력 무력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해경 주변에서는 "총기사용을 허가해 불법 조업 어선을 초기 제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강경 대처론이 나오고 있다.
■ 중국 어선 안은 '무기 백화점'
25일 전남 소흑산도 서쪽 73km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 안에는 온갖 종류의 무기류가 가득했다. 해경 승선을 막기 위해 2m 안팎의 막대에 칼을 달아 만든 창과 쇠파이프, 각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꼬챙이, 삽, 망치 등 해경의 목숨을 위협할 만한 흉기도 있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숨진 박경조 경사도 쇠파이프, 창 등을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과 대치하다 물에 빠진 것"이라며 "중국 선원들은 한국 해경의 무기가 가스총, 전기충격기, 삼단봉 등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오히려 힘으로 해경을 제압하려고까지 한다"고 전했다.
목포해양경찰서 1509함 정태인 경정도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목숨을 건 전쟁과도 같다"며 "수 천 만원의 벌금을 피하기 위해 격렬하게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한두번 아니다"고 말했다.
목포 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목포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하다 나포된 중국 어선은 2004년 139척에서 2005년 217척으로 늘어난 뒤 매년 200여척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중국의 적극적인 자체 단속으로 9월 현재 나포어선 수는 64척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중국 내 단속 마저 뚫고 국내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들은 더욱 난폭하고 흉악하다는 게 해경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대책 없이는 또 당할 가능성
몇해 전만 하더라도 중국 어선은 한국 어선들이 몰려 있는 곳은 피해가면서 조업했지만, 최근에는 우리 어선들을 흉기를 휘둘러 ?아내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목포 안강망 협회 정복용 회장은 "중국 어선들이 치어까지 마구잡이로 잡아가는 통에 서해 남부는 한 동안 물고기가 사라진 어장이 됐었다"면서 "어민들 차원에서 중국 배를 쫓아낼 생각도 해봤지만 너무 흉포해 무전으로 신고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목포어업 정보통신국 관계자도 "중국 어선은 한국 어선이 접근하면 욕설과 함께 흉기로 위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해경이 출동하기라도 하면 분풀이로 국내 어선이 설치한 어구를 절단하는 등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의 횡포에 대응하기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목포해경의 한 관계자는 "불법 조업에 나서는 중국 어선이 증가하면서 해경도 방탄복, 고무총, 3단봉 등 장비를 휴대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갈수록 흉포화 하는 중국 어선에 맞서 보유만 가능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경측은 박 경사 사망 사고를 계기로 정부에 총기 등을 휴대한 검문검색 정예부대 편성을 정식 건의할 계획이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