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벼랑끝에서 간신히 멈췄다. 임단협 1차 합의안이 부결돼 진통을 겪어오던 현대차는 26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노사 2차 합의안이 통과되면서 가까스로 파국을 면했다. 4개월여간 4만5,000대의 생산 차질을 빚는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결과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는 노조의 떼쓰기식 파업과 사측의 금전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또다시 노출하고 말았다.
조합원, 파국은 막아보자
장기간의 소모전에 불안감을 직감한 조합원들이 '더 이상의 파국은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낀 게 막판 타결의 동력이 됐다. 이는 투표 찬성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2차 합의안에 대한 투표 찬성률은 54.49%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합원들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파국은 막자'는 선택을 한 것이다.
사측은 생산량 유지를 전제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한다는 원칙을 지켰고, 노조측은 지난해 수준의 8만5,000원 임금인상과 300%+400만원의 성과급을 이끌어냈다. 노사 모두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은 협상이었다.
노노 갈등으로 더 고전
이번 교섭에서는 노사 갈등보다 오히려 노조 내부 간의 다툼이 부각됐다. 일부 현장 근로자 조직들이 노사 협상 자체를 저지하고 합의안 부결 운동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런 연유로 노조 집행부는 사측보다 노조원들을 설득하는 데 더 주력해야 했다. 결국 과반수를 조금 넘긴 찬성률로 통과됐지만 다양한 형태의 노노 갈등은 향후 협상에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내년에도 현대차는 노사뿐 아니라 노노 간의 이견 절충이라는 숙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향후 과제도 산적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세부안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이번 교섭의 최대 관건이던 주간연속 2교대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앞으로 생산성 향상 방안 등을 노사가 합의할 예정이지만 상당수 노조원들이 노동 강도에 대해서는 반발이 커 내년 9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노진석 현대차 노무담당 이사는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어가지 못해 아쉽지만 막판에 합의를 본 것은 다행"이라며 "아직 남은 숙제가 많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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