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리먼브러더스 같은 IB(투자은행) 란 무엇인가요?
올들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의 중심에는 약칭 'IB'라고 불리는 투자은행들이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귀가 따갑도록 들어보셨죠? 모두가 이번 위기로 위태롭거나, 문을 닫게 된 투자은행들입니다. 그런데 은행이면 은행이지, 대체 투자은행은 뭘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그냥' 은행과 투자은행은 어떻게 다르죠?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은행들의 주업무는 예금과 대출입니다. 사람들이 저축한 돈을 모아서 돈이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들에게 빌려주는 거죠. 은행은 예금자에게 예금이자를 주고 대출자에게는 대출이자를 받습니다. 대개 대출이자가 예금이자보다 높으니 이 차액을 챙겨서 수익으로 삼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은행, 신한은행처럼 우리가 통상 '은행'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런 업무를 하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ㆍCB)이랍니다.
반면, '투자은행'(Investment BankㆍIB)은 고객으로부터 여유자금을 받아 투자해 그 수익의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줍니다. 언뜻 보면, 상업은행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죠? 하지만 둘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은, 상업은행은 고객들에게 정해진 금리(확정금리)에 따라 이자를 주는데 반해, 투자은행은 투자 성과에 따라 고객에게 돌려주는 수익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즉, 투자은행의 고객들은 투자가 성공할 경우, 상업은행에서보다 훨씬 많은 투자수익을 받게 되지만 투자 성과가 나쁘면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투자은행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죠?
아직 우리나라에는 엄밀한 의미의 투자은행이 없기 때문에 비교해서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설명하자면 외국의 투자은행은 우리나라의 증권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회사, 투자자문회사 등의 업무를 모두 취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주식을 사고파는 일을 중개하거나 기업 인수ㆍ합병을 주관하고 기업의 주식시장 상장을 돕는 등의 증권사 업무는 물론,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금융상품의 중개와 매매를 맡는 선물회사 업무도 합니다. 또 고객이 맡긴 자산을 증권 등에 투자해 굴려주는 자산운용사 업무와 고객에게 투자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투자자문사 업무도 투자은행의 영역이랍니다.
투자은행은 이 밖에도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자문하거나 도로,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도 하고, 각종 파생금융상품을 설계하는 등의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성격으로 보면, 투자은행은 상업은행보다 전통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대신 보상도 큰' 투자를 추구한답니다. 최근에는 에너지, 바이오 사업 같은 성공여부가 극히 불확실한 사업에도 투자를 넓히고 있습니다. 확정 이자를 줘야하는 만큼, 아무래도 위험한 투자를 꺼리게 마련인 상업은행은 하기 어려운 사업분야를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투자은행은 언제 생겼나요?
최근에는 미국에 대형 투자은행들이 수두룩해졌지만 1930년대 대공황 이전까지는 상업은행이 증권업무를 함께 취급할 수 있었습니다. 상업은행이 투자은행 업무까지 겸업한 셈이죠.
그런데 상업은행들의 과도한 증권투자가 대공황의 원인 중의 하나로 밝혀짐에 따라 미국은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라는 법을 제정해 증권업을 상업은행 업무에서 분리시켰습니다. 미국의 금융회사 중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죠? 원래 JP모건은 은행업과 증권업을 겸업하던 유명한 상업은행이었지만 당시 이 법에 의해 지금의 두 회사로 쪼개지게 되었답니다.
초기 투자은행들은 단순한 금융거래 중개같은 '자잘한' 업무를 주로 취급하다가 점점 금융업이 발전하면서 규제가 완화되자 갈수록 공격적인 투자업무에 나서게 됐답니다.
투자은행들은 왜 무너졌나요?
20년 전만 해도 미국 투자은행들의 자산 규모는 미국 전체 경제규모의 3%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20%를 넘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미국 정부가 금융업을 통해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자 각종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투자은행들이 갈수록 덩치를 키운 결과죠.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기초로 한 파생금융상품에 대규모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얘기는 많이 들으셨을 테니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투자은행들이 이처럼 위험이 높은 자산에 거액을 투자하다 망한 데는 몇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우선 극도의 성과주의입니다. 위험이 크더라도 성공만 하면 해당 투자은행 직원은 우리돈 수백~수천억원의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회사 전체가 잘 나갈 때는, 몇 명 직원이 한 두번 실패해 거금을 날려도 크게 책임도 묻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다들 위험이 커져도 더 큰 돈이 되는 사업이나 상품에 투자하려고 경쟁을 벌였고,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 터지면서 된서리를 맞은 셈입니다.
남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려 투자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입니다. 이번에 무너진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자기자본의 수십배에 이르는 돈을 빌려서 투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과도한 레버리지(풀어읽는 키워드 참조)를 사용했다'고도 하죠. 수익이 날 때는 더 큰 돈을 벌어 갚으면 그만이었지만 이번처럼 투자가 실패했을 경우는 회사가 문을 닫을 정도로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앞으로 투자은행들은 어떻게 될까요?
앞서 간판을 내린 대형 투자은행들에 이어 최근에는 그나마 버티던 1,2위(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투자은행도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바로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인데요, 이는 예금을 받는 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대가로 당국의 유동성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이전처럼 당국의 감독을 거의 받지 않으면서 독립적인 투자은행의 활동은 더 이상 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론은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의 IB시대는 끝났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고객들의 예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최근에는 그래서 상업은행들이 위기에 처한 투자은행들을 잇따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이제는 투자은행보다 안정적인 상업은행 모델이 앞으로 대세를 이루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는데요, 앞으로 투자은행 모델이 완전히 쇠퇴하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풀어읽는 키워드
레버리지(Leverage)란
레버리지는 우리말로 지렛대를 뜻합니다. 지렛대를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힘으로도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죠?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자기자본에 더해 빌린 돈(차입금)을 활용하면 훨씬 큰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때 차입금을 활용하는 것을 보통 '레버리지'라 부르고, 차입금의 활용 정도가 클수록 '레버리지가 높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상업은행처럼 고객의 예금기반이 없는 대신,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틈 타 자기자본보다 수십배씩 많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해 오다 큰 위기를 겪게 됐답니다.
■ 투자은행을 삼킨 상업은행들
최근 들어 무너진 숱한 투자은행들이 속속 세계적인 상업은행들에 인수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당장 위기는 겪고 있지만, 여전히 실력은 건재한' 투자은행을 헐값에 사들이고 있죠. 세계적인 상업은행에는 어떤 은행들이 있을까요.
'더 뱅커'라는 은행 전문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기본자본을 기준으로 한 세계 1위의 상업은행은 영국의 HSBC입니다. HSBC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다 갑자기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최근 들어 외환은행보다 훨씬 크고 명성도 높은 금융사들이 싼 가격에 쏟아져 나오자 기존 전략을 수정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요즘은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 인수를 검토중이라는 뉴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2위는 우리나라에서도 씨티은행을 운영중인 미국의 씨티그룹입니다. '금융 백화점'이라 불릴만큼 다양한 업종의 자회사를 거느린 탓에,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로 상업은행 가운데서는 비교적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요즘 투자은행 인수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은 4위인 미국의 JP모건체이스라는 은행이 펼치고 있습니다. 올 3월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미국 최대의 저축대부조합 '워싱턴뮤추얼'이란 회사까지 집어 삼켰습니다. HSBC와 씨티그룹도 인수를 희망했지만 미국 당국이 자금력을 감안해 JP모건을 택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위세가 대단합니다.
5위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라는 미국 은행으로 얼마전 메릴린치를 인수했습니다. 벌써부터 미국에서는 앞으로 씨티그룹을 제치고 이번에 인수전에서 승리한 JP모건과 BoA가 양강 체제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6위는 이웃나라 일본의 은행인 미쓰비시UFJ그룹인데요. 얼마전 모건스탠리의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해 주목 받았습니다. 중국의 공상은행 역시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만큼 우리 주변국 은행들은 크게 성장해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세계 56위에 그칠 정도로 격차가 큰 상태입니다.
김광민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역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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