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통계부족으로 베일에 가려있던 기대인플레이션율(기대물가상승률ㆍ이하 기대상승률)이 이달부터 공개된다. 기대상승률이란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상승률의 평균치.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경제가 '심리'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물가당국이 늘 주시하는 수치다. 모두가 오른다고 생각하고, 남들이 올리기 전에 나부터 올리자고 나서면 실제 오를 수밖에 없는 게 물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성태 한은 총재는 올해 들어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말을 거듭 밝히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의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기대상승률은 4.4%. 조사대상 2,100여 가구가 내년 9월까지 물가가 평균 4.4%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는 뜻이다. 이는 8월(4.0%)보다는 다소 높아졌지만 최근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7월 5.9%, 8월 5.6%)에 비하면 꽤 낮은 수준이다.
왜 일까. 한은 측은 "기대상승률은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치를 보고 뒤따라 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5%를 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이전보다 높게 답했지만 그렇다고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1년간 5%대 지속'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주목할 것은 추세다. 실제 물가가 급등세를 탄 올해 들어 기대상승률 수치는 3.2%(1월)에서 4.4%까지 완만히 올랐지만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점친 인상률은 1월 '2.5~3.5%'이던 게 9월에는 '4.5~5.5%'였다. 갈수록 더 높은 상승률을 점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보통 기대상승률은 물가 안정기에는 실제 물가상승률보다 높고 급등기에는 실제보다 낮은 경향을 보인다"며 "다만 요즘처럼 물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다시 실제 물가상승률을 넘을 수 있는데 그 때는 정말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한편,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9월(96)에도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밑돌아 불안감을 반영했다. 특히, 소득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구의 현재생활형편 지수는 전달보다 9포인트 떨어져, 2~3포인트 떨어진 100만원 이상 가구에 비해 사정이 더 어려워졌음을 보여줬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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