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관점은 간단하다. 지나치게 많아서 문제인 것은 줄이거나 없애면 되고 너무 없어서 문제인 것은 확대하고 강화하면 된다.
학생들이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 지나치게 고통 받고 있다면 입시경쟁은 완화해야 한다. 교사들 사이의 경쟁이 너무 없어 교사들이 열심히 하지 않아 학교에 활력이 부족하다면 교사들의 경쟁은 강화하고 더 열심히 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여러 교육정책을 살펴보자. 국제중 설립은 입시경쟁으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을 초등학교 아이들에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잘못된 정책이다. 그로 인한 수십 가지 이점이 있다 할지라도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잘못된 정책이다. 일제고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미 시험으로 인해 충분히 고통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이를 추진하는 정부(교육청)는 잘못하는 것이고 반대하는 전교조는 잘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교조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합법화 이후 전교조는 도덕적 권위를 지속적으로 상실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교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수업 잘하기 경쟁을 하게 만드는 제도는 필요하다. 따라서 교원평가는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 없이 교원평가를 반대만 하는 전교조는 잘못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추진하는 정부는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진정으로 교원평가를 통해 교육 발전을 이루려 했다면 교원평가를 추진하는 대신 또 다른 교사평가 제도인 근무평정 제도는 폐지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취했어야 한다. 근무평정은 교사들의 교육능력을 눈곱만큼도 반영하지 않는 최악의 평가제도이기 때문이다.
사실 교사들은 어떤 면에서는 심하게 경쟁하고 있다. 다만 수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해롭기까지 한 승진경쟁을 주로 하는 반면 수업 잘하기 위한 경쟁은 너무 적게 하고 있다. 또 교사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수업과 동떨어진 사무행정업무에 필요 이상의 열정과 창의력을 쏟고 있다. 중요한 것은 승진경쟁은 줄이고 수업 잘하기 위한 경쟁은 강화하는 것이고, 사무행정업무보다는 수업에 더 많은 열정과 창의력을 바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교원평가를 도입하는 대신 교육 외적 평가제도인 근무평정제도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그래야 교원평가가 학교현장에서 실질적인 평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근무평정이라는 교사평가 제도를 그대로 두면 교원평가는 그야말로 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전히 실질적 힘은 근무평정이 발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교원평가가 도입돼도 근무평정 제도로 인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교육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전교조만 비판하다 보면 우리나라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은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들은 학교 교육에 치명적인 해로움을 줄 뿐인 근무평정제도와 이에 기반한 교원승진제도의 강력한 옹호자일 뿐이다.
결국 국제중학교는 설립되고 일제고사는 실시될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학생들이 겪는 고통은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심해질 것이다. 교원평가도 실시될 것이다. 그러나 근무평정이라는 또 다른 평가제도의 시녀로 전락하여 교사들 사이에 수업 잘하기 위한 경쟁은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명박 정부는 강제 보충수업과 강제 자율학습에 대한 규제마저 아예 없애 버렸으니, 대한민국 학생들은 이제 죽어났다.
이기정 서울 창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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