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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 60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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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 60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입력
2008.09.29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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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이 과거 권위주의 시절 사법부의 과오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어제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권위주의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법관이 올곧은 자세를 온전히 지키지 못해 헌법의 기본적 가치나 절차적 정의에 맞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며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해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의 사과는 재심을 통해 판결이 바로잡힌 민족일보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청학련 사건,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사건을 비롯한 시국관련 사건을 주로 가리킨 듯하다. 사법부가 올곧은 자세를 지키지 못한 주된 이유로 '장기적으로 지속된 권위주의 체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열거한 사건들은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데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던 사건들이다. 또 2005년 9월 취임 직후 이 대법원장이 각 분야에서 펼쳐진 '과거사 진상규명' 움직임에 발 맞추어 사법부의 과거사 진상규명을 다짐할 당시 이미 재조명의 1차 표적으로 떠오른 사건들이기도 하다.

이 대법원장의 사과와 반성 수준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만하면 됐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법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진보적 시민단체의 눈에도 미흡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누구의 눈에나 분명한 이런 큰 과오에서만 비롯한 게 아니다. 큰 과오는 '시대상황'에 적잖은 책임을 미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에 따라 재발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다. 따라서 그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사법 60년'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뿐이다.

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일반적 인식을 낳은 수많은 작은 과오는 눈에 잘 띄지도 않고, 반성이나 재발 방지 다짐도 찾아볼 수 없다. 이를 찾아 고치려는 노력 없이 국민의 사법불신은 씻어지지 않는다. 지난 세월의 평가보다 앞으로의 자세가 중요한 것은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법원의 과실을 짚어 공개하고, 전관예우 등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한편 국민과 함께 하려는 자세를 가다듬는 것을 새로운 60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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