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을 검색하던 해양경찰관이 쇠파이프와 삽 등 흉기를 휘두르며 극렬하게 저항하던 선원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물에 빠져 숨졌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해경이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25일 오후 7시40분께 한국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소흑산도(가거도) 서쪽 73㎞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50톤급 중국어선(선명 미상) 2척을 검색하던 해경 3003경비함 소속 박경조(48) 경사가 물에 빠져 숨졌다. 박 경사는 사건 발생 16시간 만인 26일 오후 1시10분께 사고 지점 남쪽 6㎞ 해상에서 발견됐다.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였던 박 경사는 검시결과 목에 허리띠와 경찰봉을 연결하는 줄이 감겨 있었다.
3003경비함이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들을 발견한 것은 25일 오후 7시께. 경비함은 곧바로 0.5톤급 고속단정(보트형) 2척을 동원, 40분 가량 추격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따라잡았다. 고속단정에 탄 경찰관 17명 중 박 경사 등 3명은 중국 어선에 정지를 명령한 뒤 옆으로 다가가 가스총과 전기충격기를 들고 승선을 하려했다.
이 때 중국 선원들이 갑자기 쇠파이프와 삽, 몽둥이 등 흉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이모(26) 순경 등 2명은 고속단정으로 후퇴했으나 박 경사는 해상에 추락해 실종됐다. 당시 해상에는 비교적 큰 파도가 일어 후퇴하던 박 경사가 몸의 중심을 잃고 1m 정도 떨어진 고속단정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당시 기상이 좋지 않아 배가 많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쇠파이프 등으로 극렬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을 제압하려는 순간 박 경사가 사라졌다"며 "항공기와 경비정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날이 어두워 박 경사를 조기에 구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경사의 사인을 조사중인 목포해양경찰서는 박 경사의 목에 줄이 감긴 것과 관련, 박 경사가 죽기 전에 줄에 감겼는지, 아니면 표류하다 우연히 목에 줄이 감기게 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27일 오전 8시 20분께 장성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해분소로 시신을 옮겨 부검을 하기로 했다.
한편 해경은 26일 항공기 4대와 경비정 15척을 동원, 사고해역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한 끝에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신안군 흑산면 홍도 서쪽 200㎞ 해상에서 문제의 중국 어선을 나포해 목포로 압송했다.
목포=김종구 기자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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