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은 26일 "과거 우리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며 사법부의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대법원장이 과거사를 반성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권위주의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법관이 올곧은 자세를 온전히 지키지 못해 국민의 기본권과 법치질서의 수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그 결과 헌법의 기본적 가치나 절차적 정의에 맞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구성원들은 이러한 불행한 과거가 사법부의 권위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적지 않은 손상을 주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미래를 향해 새로 출발하려면 먼저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와 자기쇄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의 과거사 반성은 과거사를 정리하지 않고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 대법원장은 2005년 취임 직후 "암울한 시기의 사법부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도 있다.
이 대법원장은 또 "민족일보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청학련 사건,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사건 등 상당수 사건에 대하여 지난날의 과오를 시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며 "이와 별도로 대법원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각종 시국 관련 판결문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고 조만간 발간될 사법부 역사자료에 포함시켜 국민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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