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8월의 포성' 1차 大戰 속 '전쟁과 인간' 슬플만큼 생생하게 그려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8월의 포성' 1차 大戰 속 '전쟁과 인간' 슬플만큼 생생하게 그려내

입력
2008.09.29 02:06
0 0

/바바라 터크먼 지음ㆍ이원근 옮김/평민사 발행ㆍ736쪽ㆍ2만9,000원

제1차 세계대전은 20세기 인류역사 전복의 기록이자 제2차 세계대전을 이해하는 기초지만 국내에서 읽을 만한 관련 저작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8월부터 약 한 달 동안의 사건을 담은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 바바라 터크먼의 책 <8월의 포성>은 단순한 전장의 기록 차원을 넘어 전쟁에 관여된 사람들의 관계와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 1962년 초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저자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책으로 발간 50여년 만에 국내에서도 번역ㆍ출간됐다.

저자는 영국의 패권에 대한 독일제국의 도전으로 요약되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유럽의 정치상황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 독일의 유럽함락작전이었던 '슐리펜 계획'을 비롯한 주요 교전국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의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을 소개한다. 벨기에 중립 문제 등 각국 수뇌부가 전쟁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벌인 활동도 소개되며, 시간 순으로 전개되는 전쟁 과정은 독일군과 프랑스ㆍ영국 연합군이 파리의 공방을 놓고 벌인 마른 전투에서 끝을 맺는다.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저자가 충분한 사료를 통해 고증함으로써 전쟁의 인과관계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까지도 픽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점이다. 한 달 간 벌어진 사건을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정리, 현장감은 극대화되지만 전쟁을 보는 독자들의 비애는 그만큼 커진다.

예컨대 '50만 명이나 되는 씻지 않은 남자들의 냄새, 그것이 독일군이 지나간 모든 도시마다 며칠씩 남아 있었다. 그 냄새와 뒤섞여 피와 약품, 말똥과 시체 냄새가 진동했다'는 전쟁의 '냄새'에 대한 묘사는 독자들에게 전쟁 사상자의 천문학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것만큼이나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정을 안긴다.

눈앞에 그리듯 묘사한 이같은 기록을 통해 저자는 선악 구도의 도덕적 결론이 아니라 인간의 투쟁과 업적, 좌절과 패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완벽한 듯 보였던 전쟁의 계획은 불완전한 인간의 한계와 만나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