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아이슬리 지음ㆍ김정환 옮김/강 발행ㆍ352쪽ㆍ1만5,000원
"자서전이란 늘 폐허를 갖고 있는 것이지만 고고학자라면 누구나 알듯, 그 모든 방들을 발굴하거나 묻혀진 길들을 따라가거나 보물을 찾아 그 모든 저수지를 파볼 방법은 결코 없다."(285쪽)
늙은 고고학자의 시선은 과거에 대한 경외와 현존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의 정으로 가득하다.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사막과 협곡에 발도장을 찍으며 시간을 거슬러 밟아간 미국의 고고학자 로렌 아이슬리(1907~1977ㆍ사진)는 죽기 2년 전에 생을 반추, 한 권의 책으로 남겼다. 대중에게도 인기 높았던 자연과학 연사이자 저술가이기도 했던 그는 "소로(<월든> 의 저자)의 진정한 계승자이자 그를 넘어서는 20세기 최고의 자연주의자"이기도 했다. 책에는 그 찬사에 대한 증거들이 모여 있다. 월든>
아이슬리는 부친이 세상을 뜨자 학문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고향 네브라스카 주에서 아무 열차나 닥치는대로 타고 올라 사막을 가로질렀다. 어디에나 강도가 설쳐대던 대공황기의 10년을 헤쳐나가 대학에 등록했고, 자연을 탐구하는 데 생을 바쳤다. 그는 자연과학도였지만 생명과 유리된 과학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과학도가 맹목적인 믿음 혹은 희망에 매몰돼 궁극적인 문제를 도외시하는 '분류와 실험'을 개탄했다. 그가 과학이론가보다 생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을 더욱 신뢰했던 것은 그래서다.
아이슬리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에는 매우 인색한 편이지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자주 등장한다. 귀가 들리지 않아 아들과 대화를 거의 나눌 수 없었던 어머니는 어린 그에게 깊은 연민과 애정의 대상이었다. 영문학을 전공한 시인 김정환씨의 번역문은 원문의 깊이를 고요히 응시하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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