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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가십 불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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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가십 불가사리

입력
2008.09.29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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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전'이라고 불리는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들은 대개 최초본이 없다. '춘향전' '심청전' '박씨부인전' …, 그 모두가 이본만 있고, 최초본이 없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게 아니라, 원래 최초가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최초가 있다면 구전설화를, 혹은 당대에 떠도는 이야기를, 당대의 글자로 적은 것에 불과했을 거다. 최초를 엄밀히 따지자면 글자화가 된 때가 아니라 처음 입으로 지어진 상태까지 고구해봐야 하는데, 도저히 불가능하다.

또 그 이야기가 우리가 지금 아는 형태로 정리되는 동안 수많은 이들의 덧붙임, 바꾸기, 부풀림 같은 것이 더해졌을 게다. 당대 출판사마다 경쟁적으로 펴내고 있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썼다는 고전소설들도 따지고 보면, 쉼 없이 진행 중인 이본(다른 이야기)화다.

이러니 어떤 이야기의 진실(최초본, 가장 정확한 본 등)을 따진다는 것은 부질없다. 어쩌면 그 수많은 이본들 각자가 하나의 진실일 수도 있고, 그 수많은 이본들의 총집합이 진실일 수도 있다. 현대의 가십도 그런 것이 아닐는지. 한 번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무서운 속도로, 조금씩 다르게, 무한히 불어나는 뜬 이야기. 가십의 당사자도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십 불가사리는 무럭무럭 자란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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