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효과'라는 게 있다. 경기가 좋지 않거나 미래가 불확실해 전체 소비가 감소할 때, 일부 저가 아이템의 매출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립스틱이다. 경제학에서는 화장품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지만 립스틱 매출만은 유일하게 증가할 때 불경기로 진단한다.
이때, 유행하는 립스틱의 색상은 더욱 진하고 화사해지는데, 이는 립스틱이 다른 화장품 아이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이면서도 분위기를 가장 확연히 바꿀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초래한 극심한 불경기 때문일까. 지난 몇 년간 유행을 선도했던 투명 메이크업을 밀어내고 울긋불긋한 립스틱들이 인기몰이 중이다. 투명한 '생얼' 메이크업의 필수였던 자연스러운 윤기 표현의 립글로스 대신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짙은 발색력의 립스틱이 올가을 메이크업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립글로스의 경우 올해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1~2% 떨어진 데 반해 립스틱은 지난해 전체 매출보다 44%나 늘어났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도 지난 8월부터 컬러 립스틱 판매량이 립글로스 판매량을 30%가량 앞질렀다.
색상도 레드, 핑크, 와인색 등 원색 계열이 주종을 이룬다. 특히 올가을 트렌드인 성숙함에 부합되는 보라색과 붉은색 계열의 립스틱이 잇따라 출시되는 것이 눈에 띄는데, 이는 경제 불황기의 유행을 주도하는 여전사의 파워풀한 이미지가 기존의 로맨틱 무드를 반전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슈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 풍부한 고광택을 선사해 주는 헤라의 샤인 홀릭 미스틱 퍼플이나 유리알 같은 광택과 잔잔한 미세펄이 생기있게 반짝이는 미스틱 오렌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잘못 바르면 토인처럼 보여 기피됐던 분홍색 립스틱도 트렌드 아이콘인 서인영과 이효리가 자주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분홍색 입술톤을 연출하기 위해 입술의 붉은기를 잡아주는 립컨실러도 덩달아 호황을 누릴 정도.
입술 라인을 도드라지게 강조해 주는 립라이너는 투명메이크업 트렌드 속에서 '아줌마 입술선'으로 배척받았지만, 최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옥션의 경우 립라이너 카테고리는 2004년 이후 인기하락으로 대폭 축소됐지만, 최근에는 하루 50여개씩 판매되고 있다.
옥션의 화장품 카테고리 담당 김보연 차장은 "동안 메이크업 열풍과 함께 뒷전으로 밀렸던 파운데이션, 립스틱 등이 다시 속속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청순함을 강조하는 동안 메이크업 대신 성숙함을 연출해 주는 강한 색조 화장법이 한동안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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