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및 북미 대화를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나섰다. 25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먼저 제의한 데 이어 이번 주 북한을 방문하는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와도 접촉할 예정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와병설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 등으로 북한과 한반도 주변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북한의 대화 시도이므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북한의 대화 움직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 당국 간 접촉을 완전 중단한 상태였다.
정부가 식량 지원을 위한 남북대화를 제의해도 북한은 이를 철저히 무시할 정도였다. 따라서 비록 실무급이기는 하지만 북한, 특히 군부가 먼저 대화에 나섰다는 점은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긍정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북미 접촉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6월 핵 신고서 제출과 원자로 냉각탑 폭파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기대했으나 미국이 핵 검증 문제에서 원칙을 고수하자 이에 반발해왔다. 특히 불능화 작업 중단 조치(8월14일)를 취한데 이어 원상복구 움직임 돌입(3일) 핵 재처리 시설 일주일 내 재가동 공언(24일) 등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 있는 북미 당국자가 대화를 개시한다는 점에서 돌파구 마련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북한은 이번 군사회담 의제와 관련 “지금까지 합의된 사항의 이행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을 뿐이다. 그 동안 군사분야 회담에서 북한은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다. 따라서 김 위원장 와병설 이후 남쪽에서 제기됐던 개념계획5029 문제나 남측 보수진영의 북한 비방 움직임에 대해 일방적 비난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통신 설비, 자재 제공 문제 등 실무적 현안을 따지다 회담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은 그동안 핵 관련 시설 뿐 아니라 군사시설 등 핵 개발 의심 시설에 대한 전면적 접근권을 요구하면서 북한의 반발을 사왔다.
미국이 시료 채취 방식과 사전 통보 문제 등에서 일부 양보를 했다고는 하지만 북한은 이를 그대로 수용할 리 없다. 특히 미국 대선 투표일(11월4일)이 코 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북한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협상을 서두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남북 및 북미관계를 이대로 끌고 가는데 부담을 느껴 대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바로 합의가 도출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입장 타진을 시작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