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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제금융안 합의 진통/ 폴슨 美재무, 펠로시 의장에 무릎꿇고 애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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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제금융안 합의 진통/ 폴슨 美재무, 펠로시 의장에 무릎꿇고 애원까지

입력
2008.09.29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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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25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존 매케인ㆍ버락 오바마 공화ㆍ민주 대선 후보를 비롯해 양당 지도부가 나서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려 했지만 양당의 깊은 불신만 확인했다. 이날 밤 10시30분까지 계속된 막판 타협도 허사였다. 이에 따라 29일 금융시장 개장 전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시작은 좋았다. 이날 오전 양당 지도부는 3시간 동안 비공개 회의를 한 끝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공화당의 로버트 베네트 상원의원(금융위)은 오후 1시쯤 의사당 복도에서 "구제안이 하원과 상원을 통과해 대통령이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AP 통신은 "재무장관에게 2,500억달러는 즉각 승인하고, 1,000억달러는 재무장관이 필요성을 입증할 경우 집행하며, 나머지 3,500억달러는 의회의 표결을 통해 집행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고 잠정 합의안 초안을 전했다.

그러나 오후 4시 부시 대통령과 양당 대선 후보를 포함한 지도부가 참석한 백악관 회의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돌변했다. 회의장에 들어서기 전 "빨리 합의가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던 부시 대통령은 회의 도중 "돈이 풀리지 않으면 이 망할 것(this sucker)도 끝나버린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1시간여의 격론 뒤 회의장을 나온 존 보너 공화당 하원 대표는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의 모기지 자산을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할 수 없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어 상대방을 비난하는 의원들의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민주당 소속의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존 매케인을 위한 구제법안"이라고 일갈한 뒤 "귀중한 시간만 허비했다"고 백악관 회의를 맹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회의가 끝난 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에게 한쪽 무릎을 꿇은 채"망치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했으며, 펠로시 의장은 "법안을 망치는 건 내가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급해진 부시 대통령은 26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시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차를 드러냈지만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했다. 의회와 구제금융 법안을 추진하기 위해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혀 당초 방안을 밀어붙일 것임을 내비쳤다.

백악관이 합의에 실패한 것은 구제금융 권한이 재무부에 집중될 경우 시장에 대한 개입이 강화될 것을 우려한 공화당 하원 일부 의원들이 다른 내용의 위기대응책을 내놓으면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너 공화당 대표의 경우 정부가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것 대신 자산 동결에 합의한 업체에 대해 정부가 일종의 보험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민주당이 "공화당 의원 100명 이상이 찬성해 초당적인 결정이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법안에 반대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들고 나온 것은 공화당의 입장 변화가 대선을 염두에 둔 "정략적 배경"이라는 불신에서 비롯됐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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