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국대학교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의 칼날은 문과대학의 EU문화학과와 히브리중동학과를 겨누고 있다. 소위 '영세학과'라는 낙인을 찍었다. '학생 수가 적다'는 것이 폐과의 이유란다. 학교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아예 학생들에게 "안 팔리는 물건은 매장에서 치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 장사가 안 되면 문을 닫아야지! 시장 논리로 접근하면 그게 정답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시장 논리의 모순과 한계로 폐해가 생기는데 있다.
요즘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의 경제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미국식 시장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경계가 시작됐다.
시장경제의 기본 축 가운데 하나는 시장을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지배하도록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경쟁의 법칙이다. 즉 시장이 있는 곳에 경쟁이 있고 그 경쟁은 시장의 확대를 가져와 재화 획득에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금융위기를 보고 이론가들은 '그건 틀린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는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심각한 반성에 직면해 있는데 대학의 시장화, 아니 학문의 시장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대학 행정가들은 물론 교수들조차 기업식 대학 경영을 객관적 진리인양 떠받들고 있다. 기업식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대폭적인 기업식 구조조정을 확대해 가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단순하고도 무모한 구조조정의 칼날은 일차적으로 소위 '영세학과'로 향하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식 대학 경영의 모순은 시장 논리에 떠밀려 사라질 학과들의 가치만큼 손해를 입는다는 것이며, 시장만능주의식 학문 평가의 한계는 그 분야들이 필요할 때 다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가르칠 사람을 모두 없애 버렸고 배우려는 학생들을 모두 쫓아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EU와의 관계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으며 EU와의 FTA 협상도 진행중이다. 중동지역의 중요성은 다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자원에 있어서는 물론, 중동을 모르고서는 평화로운 지구촌의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다.
세계화이후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지구촌은 한 쪽이 아프면 그것이 전체로 번진다. 그런 의미에서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의 중심은 아픈 곳, 그래서 작은 가시 하나만 박혀도 온 몸이 쑤시는 그곳이 바로 몸의 중심이다. 지금 소수학과가 아프다. 이제 이들에 대한 타살은 인문학의 몰락으로, 대학의 쇠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창모 건대 히브리중동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