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아파트는 꼭대기 외딴 곳이어서 매우 조용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고속도로 때문에 그렇지가 못했다. 거대한 차소리 속에서 한 마리 꿀벌로 사는 것 같은 환각에 빠질 때가 많았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다고 해도 좋을 아파트로 이사해보니, 소음의 양상이 다르다. 차소리가 구별돼서 들리는 것이다.
저건 버스 소리고, 저건 쓰레기차, 저건 폭주족 하는 식으로. 또 전 아파트는 거대한 차소리가 다른 모든 소리를 제압하고 있어 다른 소리는 듣기 힘들었는데, 새 아파트에서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다양한 소리를 무시로 들을 수 있다. 9층인데도 놀이터 아이들의 숨소리가 생생히 들리고, 밤에는 저쪽 동 부부싸움하는 소리까지 명쾌하게 들린다. 지을 때 부실하게 지어서 그런지 오래돼서 그런지, 윗집 옆집 아랫집의 생활소음까지 대책없이 잘 들린다.
게다가 아파트단지 밀집지답게 거의 날마다 이사를 오고가는 집, 내부 확장공사를 하는 집 등이 내뿜는 소리가 있고, 각종 행사로 인한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거대한 차소리 때문에 다른 자잘한 소리는 들리지 않는 때가 좋았나, 다양하고 자잘한 소리 중의 한 소리로 사는 지금이 좋은가? 구별하기 힘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파트는 소리를 들이켜고 내뱉는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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