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영수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해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끝났다.
회담은 양측의 환한 미소로 출발했다. 이미 충분한 실무협의를 가진 탓인지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만나자마자 웃으며 손을 맞잡고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이 고려대 동문인 데다 대기업 출신 정치인이란 점 때문에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지난번 대구에 가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더라"면서 "오늘 광주 가서도 잘 들어 보고 우리도 정책적으로 지원할 것은 지원하겠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정 대표는 "초장부터 너무 큰 선물을 준 것 같다"며 화답했고, 이 대통령은 "(정 대표가) 기업에도 있어 봤고 장관도 했고, 합리적으로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일찍이 만났어야 했는데 늦었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단독회담은 오찬을 포함해 1시간 정도로 계획됐으나 예정시간을 넘겨 1시간55분 간 진행될 정도로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경제현안과 남북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이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했고, 이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동반자라 칭하며 수시 회동을 약속하는 등 회담이 일사천리로 풀려 갔다. 이어 에너지, 대학등록금,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견 없이 합의를 이끌어내 회담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정 대표는 A4 용지 5장 분량의 준비자료를 꺼내 이 대통령에게 분야별로 질의를 하거나 조언을 했고, 이 대통령은 주로 듣는 입장에서 정 대표의 의견에 답변했다.
그러나 중반 이후 여야가 극심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 현안들이 테이블에 오르자 분위기는 이내 굳어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이 길어져 잠시 회담장에 들어갔는데도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정 대표가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을 "부자를 위한 감세안"이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부자를 위한 감세가 아니라 잘못된 세금체계를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받아 쳤다. 또 촛불집회 참가자 수사에 대한 우려에는 "공정하게 처리할 테니 맡겨 달라", 공기업 민영화 문제에는 "국민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는 답을 하는 등 양측은 좀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단독회담을 끝낸 뒤 이 대변인과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을 불러 상기된 표정으로 20여분 간 회담 내용을 설명했다.
최 대변인은 "두 사람의 표정이 입시공부를 하다가 시험을 치르고 나온 듯했다"면서 "회담 내용이 많아 농담이 오고 갈 여지가 없었다"고 전해 회담의 치열했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날 회담을 놓고 이 대변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말했으나 최 대변인은 "화기애애하다기보다는 실무협상을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고 말해 이날 회담결과를 바라보는 양측의 미묘한 인식차를 나타냈다.
정 대표는 회담이 끝난 뒤 "충분히 대화를 나눴고 생산적 회담이었다.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싶다"면서 "준비해 간 18개의 안건을 모두 짚긴 했지만 전체 회담의 3분의 2가량을 경제문제에 할애하는 등 최대 화두는 경제였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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