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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중국인의 종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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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중국인의 종교관

입력
2008.09.2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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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촛불집회, 시위 등 신문과 방송에서 빈도수가 높던 말들이 종교로까지 비화되었다. 새삼 종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종교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종교는 정치, 사회 체제 속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가.

종교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심대하다. 때문에 우리는 중국에 있어 종교의 존재와 인민 생활을 이번 기회에 살펴봄으로써 중국인의 생활과 사고의 본질에 좀 더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중국인들은 영화나 현지에서 보면 도교 사원(도관ㆍ道觀)에 가서 머리를 몇 번 조아리면서 길고 가는 향 막대기를 향로에 꽂고 송편 같은 나무 조각 두 개를 점을 보듯 땅에 던진다. 이러한 모습은 도교적이다. 순 도교적이 아니라 불교와 결합하는 수도 있다. 우리는 중국인의 인사말 중 "돈 많이 버세요"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만큼 종교는 생활과 분리되지 않은 '속세적'이다. 상당 부분 개인 위주의 '기복적(祈福的)'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은 종교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나라같다. 고대 국가 형성 이후 국가 통치 이데올로기의 주류였던 유가(儒家)는 철저한 현세주의적인 사상이었다. 내세(來世)는 알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현실 세계를 알기에도 부족할 정도의 진지한 삶을 요구했다는 의미다. 중국 민족의 현세주의 사유방식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지 그 반대로 유가적 사유세계가 중국인들의 생활 방법에 개입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유교(儒敎)라고 불리어 마치 종교 같은 인식과 의식(儀式)을 주기도 했던 유가사상은 그러나 중국에서는 근대에 들어 개혁과 개량의 대상이 되었다.

근대 중국에 진출했던 서양의 강성함과 중국의 상대적인 쇠약은 중국인들에게 자성(自省)의 계기가 되었다. 중국의 부강을 위한 각성(覺醒)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모색되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방법이 실제 서양의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부강의 원인을 찾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일부 중국 선각자들은 '종교'에 혐의를 두었다. 무기나 물질적 발전의 단계에서 사회, 정치 체제로, 그 다음 정신 체계인 종교로 서양 문명 발달의 근원을 설명하는 요인이 변화했다.

그러면 어떻게 이 '종교'를 배울 것인가. 몇 가지 방법이 제기되었다. 하나는 캉여우웨이(康有爲)같은 보수파의 '공교'(孔敎) 건립 방안이다. 공자(孔子)를 교주(敎主)로 유가를 종교 같은 개념과 조직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저명한 교육가 차이웬페이(蔡元培)가 주장한, 종교를 대신할 가치를 찾는 방법이다. '미육'(美育), 즉 아름다움을 생활과 사유 속에서 추구하여 인간 심성을 순화하는 교육을 통해 종교를 대체하자는 '미육대종교설'(美育代宗敎說)같은 것이다.

중국 근대의 위인들은 서양 종교의 본질에 대해 잘 몰랐는지도 모른다. 혹은 종교 그 자체보다 종교가 그 사회에서 가지는 가치와 사회 체계 내에서의 역할에 대해 이해하는 데 있어서 역사ㆍ문화적인 이질성을 고려하는 세심함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인의 종교에 대한 관념과 종교가 역사와 정치체제 내에서 차지했던 위치에 대한 이해가 서양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달랐는지도 모른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여러모로 비교되는 점을 갖고 있다. 왜 '근대화'에는 한국과 중국보다 일본이 두드러지고, '종교'는 중국과 일본보다 한국이 두드러졌는가? 우리는 어디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나. 그 답이 중국 이해를 위한 일조(一助)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상옥 전주대 교수ㆍ중국정치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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