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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에 보낸 신창원 옥중 편지/ "어머니 같은 수녀님, 병환에 눈물…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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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에 보낸 신창원 옥중 편지/ "어머니 같은 수녀님, 병환에 눈물…사랑합니다"

입력
2008.09.2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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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수 신창원(41)이 암 투병 중인 이해인(63) 수녀의 쾌유를 빌며 편지를 보냈다. 샘터출판사는 25일 청송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신창원이 이달 초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신창원의 자필 편지는 이해인 수녀를 '이모님'이라고 부르며 쓴 두 장과, 샘터출판사에 전하는 말을 쓴 한 장 등 모두 석 장이다.

가지런한 글씨로 씌어진 편지는 "새장 같은 공간, 그리고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 나약한 의지를 어찌할 수 없는 장벽 앞에서 절망하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바삐 날아온 사랑이 있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신창원은 이어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내리사랑만 베푸시다 지금은 알을 품은 펭귄의 헤진 가슴으로 홀로 추운 겨울을 맞고 계시는군요. 처음 이모님의 병상 소식을 접했을 땐 눈물뿐이었습니다"라며 이해인 수녀의 투병 소식을 접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때론 어머님처럼, 때론 친구처럼 그렇게 저의 공간을 방문하여 손을 내미셨습니다. 마을 중앙에서 두 팔을 벌린 당산나무 같은 이모님.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막아 삶에 지친 영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눈물을 닦아 주는 수호수"라는 표현으로 이해인 수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한 신창원은 "그러나 지금은 울지 않아요. 걱정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해빙이 되고 들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 밝게 웃으시며 풍성한 품으로 절 부르실 걸 알기에 조용히 조용히 봄을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편지를 맺었다.

샘터출판사 관계자는 "신창원의 편지는 최근 출간된 이해인 수녀의 신작시집 <엄마> 를 읽고 보내온 것이며, 편지는 곧바로 병상에 있는 이해인 수녀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신창원은 이해인 수녀가 2002년 시집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을 보낸 뒤 수십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원은 강도치사죄로 복역 중 1997년 부산교도소를 탈옥, 99년 검거될 때까지 신출귀몰하는 도피행각을 벌여 '희대의 탈옥수'로 불렸다. 소박하고 진솔한 시를 발표해온 이해인 수녀는 7월 암 수술을 받은 뒤 요양 중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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