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 원상복구 선언(8월 26일)à원상복구 움직임 본격화(9월 3일)à핵 재처리시설 봉인 제거 요청(9월 22일)à일주일 뒤 재처리시설 가동 예고(9월 24일)'
북한은 지난 한 달 동안 핵 카드를 하나씩 꺼내 들며 위기를 고조시켜 왔다. 핵 신고 검증 의정서를 놓고 미국과 맞섰지만 여의치 않자 미국에 근본적 양보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과연 북한의 다음 카드에는 어떤 게 있고, 미국 중국 한국 등은 어떤 대응책을 제시할지 관심이다.
북한은 2002년 10월 미국이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자 이에 반발,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지속됐던 핵시설 동결 조치를 해제하고 재가동을 선언(12월 12일)했다. 이어 봉인 제거(12월 2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추방(12월 26일) 등 위기 고조 수순을 밟아갔다. 또 이듬해 2월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6월 말 사용 후 연료봉 8,000개의 재처리를 완료해 플루토늄을 추가 추출하면서 2차 핵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순을 밟아간다면 다음 조치는 현재 영변에 머무르고 있는 IAEA 감시요원 3명을 추방하고, 사용 후 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원자로의 경우 8월 냉각탑을 폭파해 재가동까지는 1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래서 이번에 북한이 선택한 카드는 재처리시설 가동이다. 최대 2, 3개월, 이르면 일주일 정도면 사용 후 연료봉 4,740개를 활용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원자로보다 복구가 원활하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이 추가 생산된다는 점에서 미국을 압박하기에는 최상의 카드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모두 북한이 극단적 선택을 이어갈 경우에만 발생할 일이다. 북한도 협상을 통한 반전 가능성은 남겨 둔 상태다. 협상 분위기 조성은 중국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22일 북한의 핵시설 봉인 제거 요청 직후 미중 정상은 바로 전화 통화를 갖고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미중 양국의 반응 속도, 통화 사실 언론 공개 등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점도 양국의 위기 국면 타개 의지를 보여 주는 증거다. 중국의 대북 특사 파견설이 제기되는 배경도 여기 있다.
미국 역시 조지 W 부시 행정부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핵 신고서 검증 과정에서 사전 통보 문제 등 완화된 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도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바로 중단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 중국을 거중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