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 및 시위 개선 대책을 마련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복면이나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쇠파이프 등을 보관 또는 운반만 해도 처벌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이런 방침에 대해 "집회 시위의 자유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내놓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7차 회의에서'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방안의 골자는 집회 현장에서 복면ㆍ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쇠파이프나 각목 등을 휴대 사용하는 행위 뿐 아니라 제조ㆍ운반ㆍ보관하는 것도 처벌하는 내용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위 도구 지참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평화적인 집회만 앞으로 가능토록 하겠다는 의미다.
복면 착용 금지 방안 등은 17대 국회 때부터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됐는데, 8월 성윤환 의원 대표 발의로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경찰이 국회 요구를 수용한 측면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폭력시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올바른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장치"라며 "독일에서도 집회시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안에는 또 최소60~ 최대80dB(데시벨)인 집회 소음기준을 최소50~최대70dB 수준으로 크게 강화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불법 폭력시위를 주최하거나 가담한 시민단체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정부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고, 불법시위 피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적극 청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함께 인도에 천막을 설치하는 등 장기 농성 시위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강제 철거토록 했다.
경찰은 다만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기 위해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지역을 골라 자유발언대 등 집회 편의시설이 마련된 `평화시위구역'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
경찰의 방안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은 "집회 시위를 무조건 억누르겠다는 것으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복면 착용 금지 등은 위법적 요소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쓰고 현금지급기 근처에 가면 절도범으로 간주해 처벌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형사소송법상 자기구제금지특권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음 기준 강화 방침과 관련,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80db 수준에서 더 강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집회 시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평화시위 구역을 만들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안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일 조짐이다. 문화연대 관계자는 "시위구역을 따로 설정하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며 "경찰은 중국이 올림픽 기간 중 시위구역을 설정했다가 국제적 조롱만 당했던 사례를 떠올려야 할 것"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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