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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매케인, TV 토론회 일방 연기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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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매케인, TV 토론회 일방 연기 발표

입력
2008.09.2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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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매케인 미 공화당 후보가 의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금융구제 법안과 관련한 혼란을 수습한다는 명분으로 24일 선거운동 중단과 26일 예정된 TV 토론 연기를 전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 대선 판도는 또 한번 예상치 못한 파란에 휩싸이고 있다.

매케인 후보는 이날 뉴욕에서 "내일 아침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측에 토론회 연기 결정을 통보했다. 매케인 후보는 의회에서의 7,000억달러 금융구제안 통과 무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자신과 오바마 후보를 포함한 상ㆍ하원 지도자 회의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바마 후보는 "미국인들은 40일 후 이 혼돈을 수습해야 할 사람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며 토론 연기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특히 오바마 후보의 제안으로 양 후보가 백악관과 의회에 금융구제안 통과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는 공동성명 발표에 합의한 지 불과 몇 분 뒤 매케인측이 일방적으로 토론 연기 등을 발표하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오바마 캠프의 빌 버튼 대변인은 "이날 아침 8시30분(현지시간) 오바마 후보가 매케인 후보에 직접 전화를 걸어 공동성명을 낼 것을 요청했고, 오후 2시30분 매케인 후보가 동의한다는 뜻을 전화로 알려왔다"고 배경을 설명한 뒤 오바마 후보가 초당적 협력을 먼저 제의했는데도 매케인측이 언론에는 먼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측은 특히 매케인측의 토론 연기 발표가 불리해진 선거 판세를 흔들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라고 보고 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미 언론들은 매케인의 갑작스런 선거운동 중단 결정을 '깜짝쇼'와 '현명한 대응'이라는 정반대 시각에서 보고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당파적 정치행위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나라 우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케인의 리더십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매케인 후보의 발표가 오바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전당대회 이후 가장 큰 9% 포인트까지 벌어진 워싱턴포스트ㆍabc 방송의 여론조사가 나온 날이라는 점을 들어 매케인측이 조급해진 나머지 "판세를 흔들 목적으로" 깜짝쇼를 했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의 금융구제안에 일정 거리를 둬온 두 후보가 이제 본격적으로 금융위기 해법에 발을 담그게 됐다"며 "이는 두 후보에게 새로운 역할과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구제안에 대해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뒤처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여론과 신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 사이에서 두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균형감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인기 없는 정부의 금융구제안을 용인했을 경우 초래될 유권자들의 거센 비난을 우려해 왔고, 민주당 역시 레임덕 정부에게 막대한 재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차기 오바마 대통령'의 수족을 묶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걱정해 왔다. 이 상황에서 양당의 두 대선 후보가 직접 금융구제안에 개입한 것은 의회로서는 부담을 더는 동시에 후보 자신들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책임이 수반되는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가겠다'는 매케인 후보와 '정치 행위를 의회에까지 끌고 가지 말라'는 오바마 후보 중 누가 정치적이고, 누가 대통령적인 리더십인가 평가받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가 좌우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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