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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다시 수면위로… 역풍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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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다시 수면위로… 역풍 만만찮다

입력
2008.09.2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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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주 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해묵은 수신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981년 이후 27년 동안 동결돼온 수신료는 그동안 KBS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일정부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수신료의 성격이 '준조세'에 가깝고 인상이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월 2,500원에 묶여왔다(표1 참조).

2007년에는 시민단체들과 언론단체들이 '공영방송의 위상 강화를 위해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아 KBS의 '수신료 4,000원' 안을 지지했지만 결국 국회에서 무산됐다. 방송업계를 둘러싼 이견들이 충돌하고 있는 17대 국회에선 과연 수신료 인상이 실현될 수 있을까.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아 보인다.

■ KBS "디지털TV 전환 재원 마련 위해 시급"

KBS는 빠른 시일 내에 수신료가 인상되지 않을 경우 디지털TV방송으로의 전환 등 현안사업을 추진할 재원 부족 사태에 봉착할 것이라 주장한다.

2012년 디지털TV방송 전환 등을 위해선 앞으로 8,521억원이 더 투입되어야 하지만 수신료 비중이 총 수입의 40%에 미치지 못하는 지금의 수익구조(표2 참조)로는 공공성을 지켜가며 정상적으로 사업을 꾸려가기 힘들다는 것.

KBS가 새 사장 취임과 인사 폭풍으로 뒤숭숭한 내부 상황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수신료 인상 문제를 묻어두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KBS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다.

최근 인사로 수신료 프로젝트팀장이 교체되고 이병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입장 정리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 내부에선 지난해 추진했던 인상안 그대로 국회 통과에 '도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수신료 프로젝트팀 관계자는 "외국 공영방송의 경우 수신료와 광고수익의 비율이 7대 3 정도인데 비해 우리는 수신료 비중이 적어 비정상적인 구조"라며 "디지털 전환 비용을 정부 지원 없이 방송사가 대야 하는 상황이어서 신임 사장도 조만간 인상안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정치권 "여론 공감대 우선해야 인상 가능"

하지만 KBS 내부에서는 수신료 인상은커녕 수신료 납부 반대운동을 걱정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신료 문제를 잘못 거론했다간 여론의 몰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먼저 거론한 점을 못 마땅해하는 목소리도 많다. KBS의 한 관계자는 "최시중 위원장의 말이 어찌 보면 KBS에 도움이 더 안 된다"며 "중립적인 방송으로 시청자들이 봤을 때 제대로 된 공영방송의 모습을 띠어야 수신료 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KBS사원행동의 김현석 대변인은 "경영진이 부당한 인사와 몇몇 프로그램의 철폐로 정권에 잘 보인 후 수신료 인상이라는 당근을 얻으려 한다는 말이 계속 돌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도 수신료를 올리는 게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여론을 생각할 때 KBS의 구조조정 등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23일 전화통화에서 "수신료가 너무 오래 동결되었던 만큼 빠른 논의가 필요하지만 밀려있는 방송정책 논의거리가 많아 당장 KBS의 안이 올라오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구조조정과 시청률 향상 등) KBS 자체의 노력이 앞서야 하며 무엇보다 여론의 공감대가 만들어진 후 인상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올해 안에 매듭짓기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 시민단체 "정치적 요소 많아 찬성 힘들어"

지난해 KBS의 수신료 인상안이 최초로 국회에 상정됐을 당시, 많은 시민단체들은 방송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며 KBS 안을 지지했다. 수신료 비중이 줄어들면 그만큼 광고의존도가 높아지고 결국 KBS가 다른 상업방송과 같은 모습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KBS의 수신료 인상이 정연주 전 사장 해임에 따른 정권의 '보상'으로 인식되고 있어 여론의 동감을 얻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의 우군이었던 언론시민단체들이 이번에는 쉽게 KBS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공영방송의 제 역할을 위해 원칙적으로 인상에 찬성하지만 최근 KBS 보도 모니터를 보면 수신료 거부 움직임을 보이는 네티즌들을 먼저 걱정해야 할 것 같다"며 "지난해처럼 속시원하게 인상 찬성 입장을 밝히고 싶지만 정치적 문제가 끼어들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KBS수신료 어떻게 결정되나/ 이사회 심의후 국회 승인 받아야

방송법 65조에 따르면 수신료의 금액은 KBS 이사회가 심의, 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하도록 되어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첨부해 국회에 올리며 결정권은 없다. 1981년 이후 국회까지 수신료 인상안이 올라간 것은 지난해가 유일하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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