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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치열한 놀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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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치열한 놀이판

입력
2008.09.2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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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배드민턴은 랠리가 거의 없다. 아이들은 이기지도 지지도 않으면서 두루뭉술하게 치는 것을, 이해 못하거나 싫어하는 것 같다. 그런 것은 가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운동이든 공부든 인터넷게임이든 반드시 승부를 내야만 한다. 이기면 좋겠지만 지더라도 승부를 가리는 것이 놀이다. 이런 강박관념이라도 가진 걸까. 아파트단지의 배드민턴장은 네트가 없다. 네트도 없는데, 스매싱을 날리면 속수무책이다.

또 아이들은 지나치게 아웃을 따져서 셔틀콕이 조금만 선을 나가도 냉정하게 받아치지 않는다. 이러니 랠리 세 번이면 참 많이 왔다갔다 했다고 감탄할 지경이다. 또 아이들은 점수 따지기에 예민하고 반칙성 플레이에 준엄하다. 하지만 규칙에 대한 견해가 달라 말싸움으로 번질 때가 태반이다.

애들이 배드민턴을 하자는 건지 토론을 하자는 건지 헛갈릴 때가 많다. 배드민턴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무슨 놀이든 승부에 집착하고 규칙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급기야 싸우다가 그 놀이를 접고 마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좋게 보면 최선을 다해서 잘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승부욕인데, 밉게 보니 재미는 없고 서로 감정만 상할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은 예나 저나 그런 식으로 치열하게 논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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