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과 카지노. 사치산업이자 사행산업이라는 이유로 지금껏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혀 왔다. 까다로운 설립 요건에서부터 무거운 세금 부담까지 규제가 첩첩이었다.
하지만 골프장과 카지노 모두 '외화 벌이' 내지는 '외화 지킴이'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우리 국민들의 해외 여행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려면 관광산업이라는 큰 틀에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두 업종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골프장 업계는 서비스산업 활성화 명분에 힘입어 지방 회원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각종 수혜를 입고 있지만, 카지노 업계는 오히려 사행산업이라는 굴레가 더욱 두터워졌다.
이명박 정부는 공급 과잉으로 영업난에 허덕이는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잇따라 풍성한 선물을 던져줬다. 대표적인 것이 10월부터 적용되는 입장객 1인당 1만9,200원에 달하는 개별소비세(교육세, 농특세 포함) 전액 면제다. 정부 관계자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그린피가 내려가면, 중국이나 동남아로 나가는 해외 골프 여행객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골프장 자체의 세금 부담도 대폭 덜어줬다. 골프장 원형 보전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부담이 대폭 낮아졌고, 취득세도 10%에서 2%로 크게 줄었다. 이 뿐이 아니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종부세 개편 방안에 따라 사업용 부동산의 종부세 부담이 크게 줄면서(과세기준 40억원에서 80억원 상향) 추가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카지노 업계는 이명박 정부 들어 최대 피해 산업으로 전락할 처지다. 정부는 내년부터 모든 카지노 사업자에게 매출에서 상금액을 제한 순매출액의 20%를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로 물리기로 했다. 현재 부과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순매출액의 1~10%)의 최소 두 배에 달한다. "사행산업에 대한 사회 정책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과세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카지노는 총 17곳. 이 중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강원랜드와 서울 지역 외국인 전용 카지노 4곳 등 5곳을 제외하면 지난해 모두 적자였다.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개점휴업 상태(설악, 신라)에 들어갔거나, 화의절차를 진행(경주힐튼)하는 곳도 적지 않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세금 부담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면, 줄도산이 불가피하다", "영업이익이 아니라 매출액에 세금을 물리는 건 너무 가혹하다"라는 카지노 업계의 아우성이 결코 엄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카지노 사업에 대해 순매출액 20% 안팎의 세금을 물린다"며 "업계의 적자 문제는 경영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정부의 이중적인 잣대다. '골프장 = 서비스 산업, 카지노 = 사행 산업'이라는 등식은 매우 자의적이다. 더구나 사치성 소비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골프장에는 면제해 주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만 이용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는 새롭게 부과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카지노가 사행산업이 아니라 관광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 인식돼 종합레저시설로 육성되는 추세"라며 "외국인 관광객의 적극적인 유치를 위해 국내에서도 카지노 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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