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인 홍모 양은 입시 스트레스 만큼이나 큰 고민이 있다. 바로 변비 스트레스다. 지난 6월 모의고사 때 시험을 보다 갑자기 신호가 오는 바람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시험도 변도 제대로 못 본' 아픈 기억이 있는 홍 양은 다가오는 9월 모의고사 때도 그럴까 걱정이다.
홍 양 같은 이에게 변비는 그야말로 일상생활의 거추장스러운 짐이다. 단순히 변을 보지 못해 아랫배가 묵직하고 불편한 증상을 넘어 사생활과 직장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일쑤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전 세계 2,8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변비는 사람의 태도와 감정, 일상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비 환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본인의 건강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여긴다. 이로 인해 두통, 식욕부진, 수면장애 등의 다른 신체적인 문제 모두를 변비와 관련지어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변비가 없는 사람에 비해 자신이 더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며 쉽게 무기력해져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비 때문에 다른 활동에는 집중하기 힘들어 일에 대한 성취감과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 이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 꿇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상행동도 어렵게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 변비는 대부분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에 의해 생긴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변비 환자도 자신이 섬유질이나 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거나 운동 부족으로 변비가 생겼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구원항문외과 이선호 원장은 "섬유질이나 물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모든 변비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섬유질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양과 빈도를 늘리고 변을 부드럽게 하지만 장 운동이 저하된 변비 환자는 섬유질의 과다 섭취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수분 섭취도 본래 수분 부족이 원인이 되는 변비에는 해결책이 되겠지만, 설사와 변비를 오가는 과민성 증상인 경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변비 환자와 정상인의 수분 섭취량은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운동은 젊은 환자의 가벼운 변비에는 도움이 되지만 심한 만성 변비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량이 적은 노인에게 변비가 많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히 운동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 적은 식사량, 장 운동에 영향을 주는 다른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변이 딱딱해 변을 보기 어렵거나 배변 횟수가 1주일에 3회 이하인 심한 만성 변비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전문가와 상담해 필요한 경우에는 먹는 변비약을 복용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변비약은 복용할수록 내성이 생겨 효과가 감소한다고 하여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 조사에서는 한국인 6명 가운데 1명 꼴로 변비를 앓고 있지만, 3명 중 1명은 변비에 대한 어떤 치료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변비약 내성은 어떤 변비약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극심한 서행성 변비(대장 기능이 저하돼 변을 항문 쪽으로 밀어내지 못해 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환자에게서 나타나며, 2~3일 간격을 두고 올바른 용법ㆍ용량을 준수하면 30년 이상 변비약을 먹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변비라고 무작정 참을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알맞은 효과적인 치료제를 선택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게 보다 현명한 일이다.
국내 시판되는 대표적인 먹는 변비약으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카테고리I에 분류된 둘코락스(베링거인겔하임)를 비롯해 비코그린(코오롱제약), 아락실(부광약품) 등이 있다. 둘코락스는 미 소화기학회가 1차 선택제로 추천하고 있는 약이기도 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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