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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 예루살렘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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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 예루살렘을 가다

입력
2008.09.2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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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이슬람의 라마단이 있는 달이다. 매주 토요일은 유대교의 안식일 '샤밧'이다. '믿음의 땅'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찾은 19일은 두 종교의 축일이 겹친 날이었다.

라마단을 보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낮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하루를 보낸 후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진 후부터 안식일이 시작되는 유대인들은 시나고그(회당)나 집으로 가기 위해 상점 문을 닫기 시작해 저녁 때가 되자 시내가 텅텅 비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주관한 성지순례 프로그램으로 찾은 이스라엘의 첫인상은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뚜렷하게 혼재한 모습이었다.

올리브산(감람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현장이다. 유대인들의 가장 성스러운 기도처인 '통곡의 벽'이 있고,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숨지고 매장된 후 부활했다는 장소 위에 세워진 기독교의 성묘교회(예수무덤교회), 이슬람교의 세번째 성지로 꼽히는 황금사원과 알악사 사원이 있다.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이슬람 지역, 기독교 지역, 아르메니아 지역, 유대인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요르단 땅이었던 이곳을 차지했지만 1,000년 이상 이곳에 뿌리를 내려온 각 종교의 전통과 역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튿날, 무장경찰의 검문을 거친 뒤 찾은 통곡의 벽 앞에서는 많은 유대인들이 소원을 비는 종이 쪽지를 벽 틈에 끼운 다음 '토라'를 읽거나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안식일이라며 사진도 못 찍게 한다.

바로 옆 이슬람 지역으로 들어서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상점이 즐비하다. 히잡을 쓴 이슬람 여인들과 세계 각지에서 성지순례를 온 기독교 신자들이 뒤섞여 발 디딜 틈이 없다.

예수가 십자가 형을 선고받은 빌라도 법정이 있던 자리, 처형장까지 십자가를 메고 간 십자가의 길과 성묘교회 등 기독교 순례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모두 이슬람 지역 안에 있다. 꼬불꼬불한 십자가의 길 양쪽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상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솔로몬이 세운 옛 성전이 있었다는 성전산(모리야산)에는 이슬람이 예루살렘을 지배하기 시작했던 7세기에 세워진 황금사원과 엘 악사 사원이 서 있다. 1995년 이스라엘-요르단 평화협정으로 예루살렘 구시가지가 합법적으로 이스라엘 땅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요르단의 소유로 남아있다.

골고다 언덕의 성묘교회는 여러 종교인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표본이다. 가톨릭, 그리스정교회, 아르메니아정교회, 콥틱정교회, 시리아정교회, 이디오피아정교회 등 그리스도교의 6개 종파가 나눠서 관리하지만 열쇠는 12세기부터 이슬람교도인 두 집안이 관리하고 있다.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이슬람 치하에서 800여년 동안 이곳에 머물렀고, 이스라엘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두 이슬람 집안의 열쇠 관리를 인정하고 있다.

유대교가 80.1%, 이슬람교 14.6%, 기독교 2.1%라고 하지만 이스라엘의 유대인 가운데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독실한 정통파는 30% 정도에 불과하며 많은 사람들이 세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종교의 자유는 인정되지만 선교를 하지 않는 유대교 전통에 따라 종교의 강요나 선교는 금지하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사해 근처의 여리고로 향하다 보면 길 옆 광야에 이슬람인들이 모세의 무덤이라고 여기는 곳에 세운 이슬람 사원이 보인다. 예수가 광야에서 기도하는 동안 악마의 유혹을 받았다는 시험산이 있고, 세리 삭개오를 설복시킨 일화가 서려 있는 여리고는 지금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으로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교 신자들이다.

북부 갈릴리 지역은 예수의 주된 선교지였다. 초대 기독교 때의 많은 교회가 지진 등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20세기에 들어서서 다시 세워졌다. 갈릴리 호수 북쪽에 있는 산상수훈의 현장인 팔복교회와 오병이어교회 등이 순례객들을 맞고 있다.

예수의 고향 나사렛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이 가장 심한 곳이어서 몇해전 시장선거에서 양측 시장 후보 지지자들이 각목을 들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예수가 3년여 머물렀던 가버나움의 프란체스코 수도원에서 만난 안 베드로(50) 수사는 "유일신을 믿는 세 종교가 서로 일치하지 않고, 기독교 내에서도 많은 종파가 분리되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하느님을 느끼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나의 신, 두 개의 민족, 세 개의 종교가 갈등 속에 공존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어느 종교도 세상을 독점하지 못하고 흥망성쇠를 되풀이해온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 예루살렘 성묘교회 김상원 신부

"언뜻 보면 무질서한 듯하지만 나름대로 질서가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묘교회에는 뜻밖에도 한국인 신부가 있었다. 2006년 2월부터 이 곳에서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프란치스코수도회 작은형제회의 김상원(데오필로ㆍ42) 신부는 "1850년대 오스만 터키 치하에서 성묘교회 등 몇 개 교회를 관리하는 6개 종파의 권리를 칙령(스타스코어)으로 정해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고 말했다.

6개 종파 중 가톨릭의 프란치스코수도회와 그리스정교회, 아르메니아정교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또 성묘교회의 열쇠를 관리하는 이슬람의 두 집안 중 한 집안은 열쇠를 보관하고, 한 집안은 교회 문을 여닫는 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

6개 종파는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그리스정교회, 새벽 2시부터 4시까지는 아르메니아정교회 등으로 시간을 나눠 미사를 올리지만, 부활절 같은 때에는 함께 미사를 올리기도 한다.

김 신부는 "성묘교회는 이탈리아, 가나, 미국, 인도, 브라질, 폴란드, 아일랜드 출신 등 10명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라면서 "기도하면서 사는 게 교회 안에서의 일"이라고 소개했다. "수도복을 입고 다니다 보면 유대인 아주머니들이 뒤에서 침을 뱉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스도교가 과거에 힘이 있을 때 유대인을 박해한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신부는 "한국 교회들도 현재 너무 힘을 갖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예수님처럼 살아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종교간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루살렘=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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