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처음 맞닥뜨릴 TV 토론에서 존 매케인, 버락 오바마 공화 민주 양당 후보는 25세의 나이차, 20년이 넘는 정치 경력 차이만큼이나 판이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30여 차례 정치 토론회를 경험한 매케인 후보의 노회한 화술과 상대의 기분을 흔드는 심리전, 이에 맞선 오바마 후보의 냉철함과 논리력 중 어느 쪽이 부각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23일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논리력과 재미없음의 두 얼굴, 오바마
오바마의 강점은 능란한 단어 구사력, 초연한 듯한 카리스마, 논리력 등이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토론회에서는 그다지 점수를 얻지 못한다. 변호사와 교수를 한 탓인지 강의하거나 설득하려는 버릇이 있어 지나치게 지성적인 냄새를 풍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NYT는 "오바마는 토론회에서 조소나 풍자를 경멸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하지만 이런 것이 점수를 따는 핵심이기도 하다"며 꼬집었다. NYT는 또 "청중이 열정과 개성을 원할 때 그는 진지함과 재미없는 태도로 임하는 경향이 있다"며 진흙탕 속에 함께 뒹구는 '정치적 전투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열린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의 첫 당내 토론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간이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에 힐러리는 "우리를 공격한 그들을 파괴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 국제사회의 개입 필요성 등을 장황하게 설명했고, 결국 "테러리스트를 추적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재차 발언권을 신청해야만 했다.
앨런 슈리더 노스이스턴대학 교수는 "오바마는 나비처럼 나는 법은 알지만, 어떻게 하면 벌처럼 쏠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뉴햄프셔에서 힐러리와 토론할 때 오바마는 '덜컥수'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힐러리가 왜 다른 경쟁자에 비해 호감을 얻지 못하냐는 질문에 오바마를 가리키며 "그는 정말 호감을 준다. 동의한다. 그러나 내가 그 정도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오바마는 힐러리를 보며 "당신도 충분히 호감적이다"라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무심코 내뱉은 감정적인 대응이었다. 2주 뒤 오바마는 사과했다. 그러나 토론회를 계기로 힐러리는 뉴햄프셔 경선에서 압승해 오바마의 초반 돌풍에 무너질 수도 있었던 경선의 동력을 되찾았다.
승부사다운 기질의 매케인
매케인은 투지만만하고 공격적이다. 상대를 눕혀야 할 적기라고 판단하면 바로 승부로 들어간다. 전투기 조종사 경력에서 나오는 본능적 감각이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올해 초 당내 경선 토론회에서 이라크 철군 문제로 매케인 후보와 설전을 벌이던 중 그의 조소하는 듯한 미소, 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화술에 말려 이성을 잃었으며 토론회는 그걸로 끝이 났다. 주제가 매케인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대외관계, 안보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첫 토론의 주제도 국제문제이다.
토론스타일은 별로 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NYT는 "그가 짧고 능동적인 단어로 힘을 과시하는데 능란하다"며 "노련한 정치인 특유의 비꼼과 표정의 이중성이 상대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5월 무려 10명이 나선 경선 토론회에서 매케인은 "오사마 빈 라덴을 잡을 수 있다면 지옥 끝이라도 쫓아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골적이고 귀에 거슬릴 정도의 속된 말까지 마다 않는 그의 화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날 토론회에서 두고두고 회자된 말은 이 말 뿐이었다.
다소 무모해보일 정도의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 때문에 토론회 성적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안보문제와 같은 전공은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의 스타일로 끌어나가지만, 낯선 주제에서는 혼란스런 모습을 보인다. "진화론을 믿느냐"는 질문에 엉겁결에 "그렇다"고 대답한 뒤 다른 토론자들이 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를 의식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랜드 캐년의 황혼을 바라보면 신의 손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을 주워담는다.
데이비드 버드셀 바루크대학 교수는 "오바마에게 조급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매케인의 과제"라며 "궁금한 것은 오바마가 매케인의 부정적인 모습을 핀으로 제때 찌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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