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 쇼(이하 약칭 리얼쇼), '사실적인, 현실감이 있는 다양성 쇼'쯤 될 것 같다. 리얼쇼라 불리는 몇 예능 프로그램. 나는 한번도 사실적이라거나 현실감이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화면에는 안 보이지만 연예인 - 요새는 예능인이라 불러야 하나? - 들을 둘러싸고 있는 카메라들이 보이는 듯해서다. 연예인들이 벌이는 행각 자체도 리얼하게 보인 적이 없지만 더 이상 따지지 말고 리얼하다고 인정해주자.
그렇다면 스포츠 중계는 아예 사실이며 현실이며 다양성도 뒤지지 않고, 조작이 일절 불가능하며, 리얼쇼에서는 단지 시청자에 불과한 대중을 출연진으로 참여시키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실제상황쇼라고 하자. 지난 토요일에 리얼쇼와 실제상황쇼가 충돌하는 특기할 만한 일이 생겼다. 한국 최고의 실제상황쇼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아니 언제나 만들어지고 있는 구장에, 리얼쇼팀 하나가 찾아갔다.
리얼쇼팀은 실제상황쇼 와중에 자기들의 현실감 있는 행각을 찍어댔다. 결과는 리얼쇼가 무덤 자리 찾아간 꼴이 되었다. 리얼쇼의 연예인들은 야구장의 대중들도 야구 안 보고 자기들을 볼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리얼(사실적인)'은, 자기가 꿈꾸었던 '사실'을 만나서, 자기가 허깨비임을 만천하에 밝히고 말았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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